[이승엽] 16호 대포 독주 방망이 '초고감도'
기사입력 1999년 05월 16일 15시 41분
명중률 100％. 삼성 이승엽（23）이 또 홈런을 쳤다.
이승엽은 지난 15일 대구 쌍방울전에서 7회말 왼쪽담장을 넘기는 2점홈런을 때려 올시즌 자신의 16호 대포를 쏘아올렸다.
최근 3경기에서 홈런 3개, 4명의 2위 그룹과는 6개차인 부동의 홈런 1위.
같은 홈런이라도 차원이 다르다. 투수들의 온갖 견제를 무릅쓰고 일궈낸 빛나는 전과다.
요즘 이승엽의 마음은 편치 않다. 지난달 말부터 홈런이 쏟아지면서 투수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피하기 때문이다.
투수들은 이승엽이 타석에 서면 4구로 걸려도 좋다는 식으로 의도적으로 스트라이크존에서 멀찌감치 벗어나는 공을 던진다.
15일까지 4경기에서 이승엽은 모두 18타석에 섰다. 그런데 타수는 절반 정도인 10개. 나머지 8타석은 모조리 4사구로 채워졌다.
아무리 잘 치는 타자라도 4사구가 계속되다보면 타격감각을 잃기 십상.
이승엽도 홈런경쟁이 치열했던 지난해 후반기 4사구에 시달리자 제풀에 지쳐 한순간에 홈런페이스가 흐트러졌던 기억이 있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투수가 의식적으로 나쁜 볼을 던지면 담담히 4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딱 한번. 입맛에 맞는 공이 들어온다 싶으면 절대 놓치는 법 없이 날카롭게 방망이를 휘두른다.
이승엽은 15일 경기서도 4구（1회）→4구（2회）→삼진（4회）→사구（5회）로 이어지는 견제를 당했지만 7회말 잠깐 방심한 쌍방울 오상민으로부터 홈런을 뽑아냈다.
틈새를 노린 절묘한 홈런이었다.
이승엽의 머리싸움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