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롯데 1200만원과 바꾼 공신력
기사입력 1999년 05월 15일 04시 22분
롯데가 1만달러（약 1200만원） 때문에 각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3시간여만에 스스로 뒤엎는 `희대의 해프닝'을 연출했다.
롯데는 14일 오전 `기량과 요구조건이 구단이 정한 기준에 부합치 않는다고 판단되어 외국인 투수 기론과의 계약을 최종 포기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돌렸다.
그런데 이날 삼성전이 열린 대구구장에는 계약을 포기했다는 기론이 염종석의 유니폼을 빌려 입고 버젓이 러닝에 불펜피칭까지 하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졌다.
속사정은 이랬다.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대구서 구단과 기론의 에이전트는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구단 총제시금액 4만4천달러에 요구액 5만4천달러로 평행선을 그은 끝에 계약포기가 결정났다.
협상이 결렬되자 기론의 에이전트는 곧바로 출국하기 위해 대구공항으로 떠났고 기론도 비행기티켓이 마련되는 대로 도미니카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돼 있었던 것.
그러나 기론이 갑자기 한국서 뛰고 싶다며 귀국의사를 번복, 공항에서 탑승시간을 기다리던 에이전트에 연락을 취해 이런 뜻을 전달했다.
한명의 투수가 아쉬운 롯데도 기론과 합세해 에이전트를 설득, "정 그렇다면 구단제시액을 받아들여 계약하겠다"는 대답을 어렵게 이끌어냈다.
이같은 합의에 따라 에이전트가 도미니카서 사인한 계약서류를 팩스로 보내주면 기론의 롯데 입단이 확정케 되는 것.
이상이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프로구단의 보도자료가 중간계투급 외국인선수의 변덕과 1만달러의 금액차 앞에서 휴지조각이 돼 버린 기막힌 사연이다.
[ 대구＝이백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