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통곡의 벽 (6)
기사입력 1999년 05월 14일 15시 22분
그 철문 안쪽에 분명히 뭔가 도사리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내 나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그 허름한 시멘트 벽은 삽질에 의해 어느새 완전히 제거되었다.
그리고….
'철거덕！'
철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회전 손잡이를 오른손으로 잡고 오른쪽으로 돌리자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서서히 손잡이를 앞쪽으로 밀어젖히자 철문은 '끼이익' 하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면서 저항없이 앞쪽으로 밀려갔다.
온통 어둠이었으나 달빛 아래로 계단이 보였다. 지하실이었다.
전 주인이 우리 부부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은 비밀스러운 곳으로 보였다.
나는 아마도 취미로 박제를 모으는 의사인 전 주인이 우리에게 알리고 싶지않은 어떤 것들을 이 집에 남겨놓고 갔을 것이란 추측을 했다.
등산용 조끼 안에 있는 플래시를 왼손으로 꺼내들어 켰다.
계단쪽을 비추자 계단의 끝이 보였다.
나는 오른발을 계단 첫머리에 대고 천천히 왼발을 다음 계단 위에 내려놓았다. 계단 수는 많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천천히 밟아내려 갔다.
지하실은 지상에서 아주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듯 느껴졌다.
어느새 나는 마지막 계단까지 밟아나갔고 지하실 바닥에 나의 왼발을 내려놓게 되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열린 철문을 바라보았다. 희미하게 달빛이 문앞에 드리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지하실에 첫 발을 내딛은 이곳은 오직 플래시가 비추는 곳만이 어렴풋이 보일 만큼 암흑이었다.
매캐하고 음습한 썩은 내가 코를 찔러오는 가운데 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냄새가 섞여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손목을 꺾어 소형 플래시를 들어올려 지하실 내부의 안쪽을 비추기 시작했다. 지하실 내부는 상당히 넓은 것 같았다.
혀가 입 속을 핥듯 플래시의 불빛은 천천히 지하실 내부를 핥아갔다.
그때 순간 입속에서 비명이 뛰쳐나오려는 것을 나는 참아낼 수가 없었다.
"앗！"
누군가 있었다. 그러나 전혀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플래시에 정면으로 비친 것은 사람의 발가락을 가진 두개의 다리였다.
천천히 테이블 위로 플래시 빛을 옮기자 사람의 모습이 내 시야로 확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얀 먼지가 진뜩 묻은 긴 생머리를 가진 여자였다.
그녀는 테이블 앞에 놓여있는 의자에 벌거벗은 채 꼿꼿이 앉아있었다.
핏기없이 늘어진 젖가슴이 보였다. 의도적이었는지 섬뜩한 얼굴의 입가에만은 환한 미소의 표정이 담겨져 있었다.
그러나 나를 한걸음 뒤로 물러나게 한 것은 그런 모습들이 아니었다.
플래시 불빛으로 얼굴을 자세히 비추자 여자의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박제의 눈동자였다.[계속]
글·이정우(하이텔ID:Vand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