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현대 위재영 '나는 뛰고 싶다'
기사입력 1999년 05월 14일 14시 30분
지난 13일 한화전을 승리로 이끈 뒤 집으로 향하는 현대 김재박감독은 마음이 착잡했다.
경기전 자신을 찾아온 한 선수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감독님, 저좀 경기에 내보내 주세요. 마지막 순간까지 팀에 봉사하고 싶습니다."
마음같으면 "그래 당장 나가라"고 등을 떠밀고 싶은 김감독이었지만 할 수 있는 말은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것이 고작이었다.
김감독을 향해 애절하게 출전을 호소하고 있는 선수는 다름아닌 투수 위재영.
위재영은 요즘 몸은 운동장에 나와 있지만 자기 맘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병역기피의 사슬이 아직도 발목을 올가매고 있는 까닭이다.
위재영은 지난달 29일 병역기피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으나 무혐의로 이튿날 귀가했다.
그리고 신체검사를 다시 받으라는 통보도 받은 상태다.
위재영은 "오히려 홀가분하다. 재검을 받아 입대하라면 흔쾌히 병역의 의무를 지겠다"는 의연한 태도다.
문제는 선수로서 마운드에 오르는 문제다.
위재영은 이에 대해 "나를 도와준 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마운드에 올라 열심히 공을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안되는 거죠?"
김재박감독으로서도 위재영의 소망을 당장 들어주고 싶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
비록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군문제 만큼 예민한 사항은 없다.
김감독은 혹시라도 다칠지 모를 위재영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고 있는 중이다.
겨우내 고질병인 허리치료를 위해 재활훈련을 받았던 위재영은 "그동안 쏟은 땀을 위해서라도 마운드에서 쓰러지고 싶습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인천＝김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