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전여옥-남녀불평등 결혼이 사라진다
기사입력 1999년 05월 13일 15시 41분
결혼은 참 기묘한 제도이다.
그 제도의 문제점을 누구나 다 알면서도 들어가며 그 제도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임에도 또 다시 재혼, 삼혼을 택하게 한다.
지구상의 모든 시스템이 단 한번의 실패로 대개 사라져가는데 비해 결혼은은 그렇지 않다.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70년을 버틴 공산주의 실험보다 훨씬 대단한 제도이다.
그런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선배는 이렇게 설명했다.
결혼제도는 이 세상에서 남자가 만든 제도 가운데 가장 성공한 제도라고－.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남자들은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 옛날 모계사회때 아버지가 누구이던 관계없이 어머니를 통해서 이어지던 가족제도가 한남자와 한여자를 묶는 결혼에 의해서 붕괴되었음은 물론이고 남자는 가장 큰 소유물인 아내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 결혼을 해서 남자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정말로 많다.
항상 일하는 여성들이 내게 필요한 것은 남편이 아니라 마누라라고 외치듯 `모든 것을 다해주는 마누라'가 생기는 것이 결혼이다.
그 뿐인가 남편들은 마누라와 자식을 먹여 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드는지 아느냐고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것도 인생에 있어 엄청난 에너지의 원천이다.
마치 기업을 하는 사람이 `나한테 딸린 식구가 종업원X4, 수백명있어요'하고 폼잡는 것처럼 남성들에게 부양가족이 있다는 것은 삶에 대한 적극적인 도전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뿐인가. 의식주의 해결만 해주면 가부장으로서 아내를 비롯한 자식들 그 소속원 전원의 충성과 존경을 받게 되니 결혼은 남자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 결혼이라는 제도가 이제 전세계적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실제로 지금과 같은 계약(?)에 의한 기능적인 형태를 결혼이 갖춘 것은 겨우 200여년에 불과하다고 가족학자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경제력을 갖추면서 인간의 삶이 다양화되면서 이제 결혼이라는 제도는 그 수명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도 이제 남성과 여성의 완전히 새로운 삶의 방식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남성에게 짐이자 그 영역인 결혼이 없어짐으로써 또 여성에게는 새로운 모계 사회의 전형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밀레니움을 맞아 남녀의 주도권을 위한 새로운 투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과연 누가 이길 것인지, 흥미롭기 그지없다. [방송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