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메트릭스'] 3차원 디지털 액션 압권
기사입력 1999년 05월 13일 15시 41분
올 여름시즌을 겨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바야흐로 그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1호는 `매트릭스'(Matrix).
좁은 아파트 공간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채워넣었던 스릴러 `바운드'의 워쇼스키 형제가 `매트릭스'의 공동감독. `제2의 코엔 형제'로 불리는 워쇼스키 형제는 저예산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그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디지틀 감각을 맘껏 과시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난리가 났다. 지난 달 개봉돼 첫주 박스오피스 3700만 달러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인공지능컴퓨터가 지배하는 최첨단 미래사회와 그들에 맞서 싸우는 인간들의 싸움. 내용은 단순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영상언어는 현란하기 짝이 없다.
`영화는 그래픽언어'라는 워쇼스키 형제의 지론처럼 `매트릭스'에서는 온갖 특수효과가 춤을 춘다. `터미네이터'에서 봤던 몰핑기법에 의한 사이보그는 초보단계다. 절로 감탄사를 내뱉게 하는 사이버 시뮬레이션, 네티즌의 밤시간을 빼앗고 있는 `스타 크래프트'를 영화로 만나는 듯한 분위기, 저패니메이션의 대표작 `공각기동대'도 간간이 보인다.
무려 120대의 카메라로 찍어낸 디지틀 액션은 건물벽과 천정을 달리는 3차원 액션을 가능하게 했으며, 총알도 막아낸다.
인간의 기억을 지배하는 가상현실 속 비밀요원들의 캐릭터는 `맨 인 블랙'이다. `스피드' 이후 살아난 키아누 리브스와 여전사 캐리 앤 모스의 블랙패션은 섹슈얼하며, 이들이 온갖 총기를 난사하며 화면을 가득 채우는 모습은 `영웅본색'류의 오우삼 느와르를 닮아있다.
워쇼스키 형제가 `바운드'보다 훨씬 먼저 시나리오를 완성하고서도 이제야 영화로 만들게 된 이유도 이렇듯 최첨단 SF액션을 그때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586세대를 겨냥한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과 장 드봉 감독의 `헌팅 오브 힐 하우스' 등 올 여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의 출혈경쟁을 피해 개봉된 `매트릭스'의 국내 흥행 운명은 어떻게 전개될까?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