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극심한 슬럼프 서감독 회생처방 고민
기사입력 1999년 05월 13일 14시 35분
"기태야, 살아나라."
삼성 서정환감독의 애가 닯는다.
가장 믿음직스럽던 김기태（30）의 방망이가 도통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홈런 6개를 포함해 106타수 25안타, 타율 2할3푼6리.
성적도 볼품없지만 공격의 흐름이 김기태 타석에서 중단된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삼성은 지난해말 해태로 트레이드 된 양준혁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기태를 김현욱과 함께 20억원을 들여 데려왔다.
중량감은 떨어지지만 클러치히터로서의 기회 포착력이 뛰어나 공격력이 두배로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실망의 연속. 안타 하나치기도 급급할 정도로 방망이 끝이 무뎠다.
서감독은 김기태를 살리기 위해 타순도 5번에서 4번, 다시 4번에서 5,6번으로 옮겼고 지난 9일에는 휴식시간을 주기도 했다.
슬럼프 탈출을 위해 타격자세를 여러차례 바꾸었던 김기태는 "안치는게 아니라 못치는 것"이라며 "이상하게 공이 방망이 중심에 맞지 않는다"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부담감이 원인이었다.
삼성으로 이적한 뒤 `양준혁 만큼은 해야 된다'는 주위의 기대에 알게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김기태는 초반 슬럼프에 빠지자 타격밸런스마저 흐트러졌다.
평상심을 유지하라는 벤치의 당부가 되풀이 됐지만 한번 커진 스윙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고 어깨까지 빨리 열려 타구가 대부분 힘없이 오른쪽으로 몰렸다.
왼손타자는 타구가 좌중간으로 향했을 때가 가장 좋은 컨디션.
서정환감독은 13일 대구 롯데전에서 다시 김기태 회생을 위한 처방을 궁리하고 있다.
타순을 쌍방울 시절부터 맡은 4번으로 재조정,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방침이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