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정전예고' 비상걸린 광주
기사입력 1999년 05월 13일 14시 35분
프로야구의 `꽃'은 나이트게임. 관중석에서 까만 하늘에 하얗게 솟구치는 공의 궤적을 따라 가다보면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리게 마련이다.
한데 야간경기 도중 모든 불이 나가 버리면 어떻게 될까.
프로야구에서 한번도 생기지 않았던 불상사가 지난 12일 광주 해태－LG전에서 일어날뻔 했다.
일이 생긴 것은 이날 오후.
해태 구단사무실로 한국전력으로부터 느닷없는 통보가 날아들었다.
밤 10시부터 2분간 광주구장의 모든 전력이 차단된다는 것.
송전소 사정으로 라이트는 물론이고 본부석의 기록실 기자실 구단사무실 등이 모두 정전된다는 한전의 설명.
부랴부랴 무등경기장 관리사무소측으로 확인해 본 결과, 관리사무소의 대답도 마찬가지.
"한전에서도 어쩔 수 없답니다."
해태구단 직원들은 경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제발 빨리 끝나야 할텐데.'
불행중 다행이었을까.
게임은 LG의 일방적인 독주로 흐르면서 템포가 빨라졌다.
점수차가 6－0까지 벌어지자 성질급한 해태 타자들은 3구 이내에 타격을 끝내갔다.
이윽고 경기가 끝난 시간은 오후 9시21분. 다행스럽게도 플레이볼된지 2시간50분만에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만약 경기가 지연됐거나 연장전이라도 들어갔다면 꼼짝없이 광주구장에 모인 관중들은 `어둠속에 벨이 울릴때'의 한 장면을 연출해야 했다.
팬들이 모두 돌아간 밤 10시, 실제로 광주구장은 `암흑'에 잠겼다.
약 2분뒤 전기가 다시 들어오자 이를 본 구단 직원왈.
"정말, 큰일날뻔 했네."
[광주＝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