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강해지려다 남성 '사형선고'
기사입력 1999년 05월 13일 14시 35분
최근 복용약부터 주사제에 이르기까지 남성을 `부축'해주는 발기유발제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표어처럼 자가 진단, 자가 처방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자살행위나 다름 없다.
최근 서울 강북삼성병원 비뇨기과에 `응급환자'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어들어왔다.
동작은 매우 늦었지만 말은 매우 다급했다.
"어떡하면 좋습니까. 살려주세요."
의사 처방없이 발기유도 주사를 맞았다가 발기된 성기가 `원위치'로 돌아가지 않아 찾아온 A씨（44）였다.
A씨는 "한번 맞으면 끝내준다"는 친구의 말을 믿고 친구의 주사약을 빼앗아 `거사' 직전 스스로 주사를 놓았다.
약효는 거짓말처럼 훌륭했다.
청소년 때처럼 힘이 넘치는 듯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일이 끝났지만 `거총' 자세가 풀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밤새 고민하던 A씨는 주사를 맞은 지 14시간 뒤 주사약을 희석시키고 근육을 수축시키는 약물치료를 받은 뒤 겨우 정상을 되찾았다.
그래도 A씨의 경우는 불행 중 다행스런 케이스다.
B씨（49） 역시 지나는 행상에게서 "유럽제인데 효과가 확실하다"는 말만 듣고 자가주사를 한 뒤 A씨와 같은 처지에 빠졌지만 창피해서 혼자만 끙끙 앓다가 3일만에 병원을 찾았다.
B씨는 결국 `사형선고'를 받았다.
평생 발기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성기도 인체의 일부인 만큼 혈액 순환이 원활하게 돼야 하지만 B씨의 경우는 72시간 피가 한곳에 머무르는 바람에 `고인 물은 썩는다'는 옛 속담대로 된 셈이다.
이들을 치료한 강북삼성병원 비뇨기과 박흥재 교수는 "B씨는 영원히 자력으로 발기가 되지 않게 됐으며 인공 보형물을 넣거나 역설적으로 B씨가 쓴 발기유도 주사제를 필요할 때마다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심각한 경우는 아니지만 일종의 마취제인 조루 치료연고를 바른 뒤 씻어내지 않았다가 `엉뚱한 곳이 마취됐다'는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박교수는 "남자들의 `과욕'은 얼마든지 불행의 소지를 안고 있다"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한 뒤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