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최수근- 청각 장애 딛고 회장기 우승
기사입력 1999년 05월 13일 14시 35분
그에게 있어 모든 총은 `소음（消音）총'이다.
총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
대구공고 2년생인 최수근（17）.
돌 때 앓은 수두로 인해 청각장애자가 된 그가 12일 끝난 제15회 회장기 사격대회 고등부서 우승, 사격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는 보청기를 끼면 자동차 경적 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준비, 격발, 정지"로 이어지는 통제 구령을 들을 수 없다.
경기 때는 순전히 육감으로 시간을 재고 옆사람을 곁눈질하며 방아쇠를 당기는 것.
얼뜻 생각하기에 청각 장애가 총 쏘는데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나 사격은 1초와 한발에 승부가 갈라지는 종목이기 때문에 시간을 할애하고 관계자들의 진행을 잘 파악하는 것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의 본선 기록은 국내 최강인 임영섭（주택은행）의 일반부 우승기록과 같은 593점으로 세계기록에 불과 5점 밖에 뒤지지 않는다.
최수근이 총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구 동원중 1년 시절로 장애인의 설 땅이 좁은 사회의 한계를 느낀 어머니 허정분씨（47）가 아들의 꼼꼼한 성격과 집중력을 눈여겨 보고 학교 사격장으로 데리고 간 것이 계기가 됐다.
최수근의 강점은 청각장애 때문인지 잡념이 없다는 것.
그는 우선 대표팀에 선발돼 내년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란다.
어릴 때 입술 모양을 보고 말을 나누는 구화（口話）를 배워 다른 사람의 말을 쉽게 알아듣는 최수근은 정확하지 않은 발음이지만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