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농구 황제 '조던'의 마지막 슛
기사입력 1999년 05월 13일 14시 35분
1998년 6월 14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웨스트사우스템플 301번지 델타센터.
NBA(미국프로농구) 유타 재즈의 홈코트인 그곳에 1만9911명의 관중들이 빼곡히 들어찬 모습은 마치 갖가지 색을 입힌 콩나물 시루 같았다.
극성맞기로 정평이 난 유타의 홈팬들이 던진 수백개의 10센트짜리 백동전이 시카고 불스의 벤치 뒤편에 수북히 쌓여있었고 챔피언결정전서 2승3패로 벼랑 끝에 몰린 유타는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경기종료 8초전, 85－86으로 뒤지던 시카고의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브라이언 러셀의 마크를 받으며 코트 왼쪽에서 표범처럼 프리드로 라인쪽을 파고들었다.
슈팅찬스를 주지 않으려고 러셀은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조던의 페이크 동작 한차례에 방향감각을 잃고 말았다.
순간 `황제'는 치솟았고 오렌지색 농구볼은 그의 손을 떠나고 있었다.
엄청난 소음 때문에 원정팀 선수들이 귀마개를 사용해야 한다는 델타센터도 이 순간엔 적막이 감돌았고 관중들의 눈은 모두 `황제'의 손에서 벗어난 볼의 궤적에 맞춰졌다.
유타의 광적인 팬들은 두손을 모아 기도하거나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볼이 바스켓을 빗나가길 바랐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를 들어줄 `황제'가 아니었다. 림도 건드리지 않는 역전 클린슛.
시카고는 바로 이 슛으로 90년대 들어 6번째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리고 이것이 `황제'의 마지막 슛이었다는 사실은 정확히 7개월이 지난 뒤에야 밝혀졌다.
요즘 미국은 NBA 플레이오프로 다시 열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황제'가 떠난 NBA 코트는 어딘지 모르게 허전해보인다.
코비 브라이언트와 샤킬 오닐(이상 LA 레이커스)을 비롯, 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 앤퍼니 하더웨이(올랜도) 등이 치열한 왕위 쟁탈전을 벌이지만 `황제'의 카리스마를 따라가기엔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조던의 신기에 한껏 눈이 높아졌던 팬들에게 난립하는 `황태자'들의 잔재주는 눈에 거슬릴 뿐이다.
`황제'의 마지막 슛을 지켜본 그날의 관중들은 아마 30년 뒤쯤 그들의 후손에게 이렇게 말할 것 같다.
"할아버지는 황제의 폐위식에 초대받았었지"라고.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