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서세원-닮고싶은 아이-노인의 '순수'
기사입력 1999년 05월 12일 15시 20분
`곤충을 세 부분으로 나누면…?'
머리, 가슴, 배라는 답을 기대하고 낸 초등학교 자연시험 문제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배운대로 공식대로 답을 잘 썼다.
하지만 채점을 하던 선생님은 한 아이의 답안지를 보고 기겁을 하고 말았다.
그 아이의 답안지에는 `아. 프. 다'라는 세글자가 또박또박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얼마전 라디오 프로그램 `서세원의 두시가 좋아'에는 이런 사연이 소개된 적이 있다.
시어머니를 교회에 열심히 모시고 다니던 며느리가 세례시험을 앞둔 할머니께 예상문제를 뽑아드렸다.
"어머니! 목사님이 예수님은 누구죄 때문에 돌아가셨죠? 라고 물어보시면 그건 바로 내죄 때문입니다 라고 대답하세요."
운좋게도 이 할머니께서 세례시험을 볼 때 목사님은 며느리가 뽑아준 예상문제를 물어보셨다.
그때 이 할머니의 대답은 "아이고, 그거 나 며느리한테 미리 얘기 들었어요. 며늘아가가 지 죄땜에 예수님이 돌아가셨다고 하라던데 내가 볼땐 그건 지 말인거 같아요. 걔가 얼마나 착한 효부인데… 애가 착해서 괜히 하는 말같구.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 같네요."
가끔 보면 아이들과 노인들은 비슷한 부분이 많은 거 같다.
있는 그대로 생각하는 순수성, 원리원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세계를 고집하는 자유분방함 등 백지상태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이 말이다.
물론 아이와 어르신들의 백지세계도 똑같은 것만은 아닐게다.
아이들의 백지 세계는 세상 경험이 적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어르신들의 그것은 풍부한 세상 경험에서 얻어진 원초적 세계에 대한 그리움 희귀 본능이 아닐까 싶다.
괜히 어정쩡한 우리 나이의 사람들이나 계산이 재빠르고 머리가 잘 굴러가 자기 꾀에 자기가 속는 실수도 범하고 마는 것이다.
나는 이들의 백지같은 순수성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한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아는 재빠른 계산과 눈치 보다는 다소 어리숙해 보여도 그 순수한 매력 만큼은 진국인 그들의 세계를 가끔 동경하게 된다.
복잡한 세상, 단순하게 대처하는 게 더 득이 될 때가 있다는 것을 한번씩은 실감해 볼 기회가 올 것이다. [방송M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