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박하사탕'] '순수와 타락' 절묘하게 대비
기사입력 1999년 05월 12일 15시 20분
40살 전후의 세대에게 잊을 수 없는 노래중 하나가 제1회 MBC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했던 샌드 페블스의 `나 어떡해'다.
`초록 물고기'를 통해 평단의 격찬을 받았던 이창동 감독의 두번째 작품 `박하사탕'(이스트필름 제작)에선 남자주인공 설경구가 `나 어떡해'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최근 크랭크 인된 `박하사탕'은 한 남자의 20년간에 걸친 인생을 거꾸로 되짚어보는 시간여행 형식으로 그리는 작품.
남자주인공은 기차에 몸을 던져 죽기전에 옛친구들의 야유회 자리에 예고없이 나타나 마이크를 잡는다. 그가 부르는 `나 어떡해'는 분노와 슬픔, 광기를 일시에 표출하며 흥겨워야할 야유회에 찬물을 끼얹는다.
설경구는 실성한 사람처럼 `나 어떡해'를 부르며 `명성'보다는 `연기력'을 보고 그를 캐스팅한 이창동 감독을 만족시켰다.
이감독의 영화에서 야유회는 매우 중요한 시퀀스. `초록 물고기'에서 야유회 장면은 막동이(한석규) 가족의 단절된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박하사탕'에선 처음과 마지막 부분에 야유회 장면을 배치했다. 20년전의 야유회와 현재의 야유회에서 주인공은 순수했던 젊은 시절의 모습과 타락하고 오염된 현재의 자화상을 대비시켜 보여주게 된다.
최근 충북 제천에서 야유회신과 주인공의 자살신을 무사히 촬영한 `박하사탕'팀은 동해 묵호로 촬영지를 옮겨갔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