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재팬] 조성민의 재활일기(1)
기사입력 1999년 05월 12일 14시 08분
5월의 햇살이 눈부시다.
오랜만에 파란 잔디밭을 밟고 몇차례 심호흡을 하니 찌뿌드드했던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고국의 팬들에게 승리의 기쁜 소식 대신 수술후 나의 재활일기를 쓰게됨이 무엇보다 송구스럽다.
머리를 바짝 깎고 새로운 각오로 재활훈련을 시작한 지난 9일, `내가 다시 뛰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신기함 반, 설레임 반으로 힘껏 그라운드를 달렸다.
문득문득 미국에서의 힘들었던 수술과정이 머리속에 스칠때면 내 자신도 모르게 어금니를 꽉 깨물게 된다.
LA 센치넬라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하루뒤인 지난 2일（현지시간） 오전 10시쯤 수술대에 올랐다.
80세가 넘어 보이는 고령의 조브 박사와 엘라트라체라고 불리우는 독일계 의사가 수술실에 들어왔다.
왼쪽 팔목 인대를 잘라 오른 팔꿈치에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팔꿈치 뼈도 조금 깎아낸다고 했다.
한참있다 눈을 떴는데 근육이 뒤틀리는 듯한 통증과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오한이 심했다. 진통제 3대를 맞고 예정보다 2시간 정도 늦은 오후 2시에 퇴원을 했다.
한국처럼 입원실이 따로 없어 호텔에 묵으며 치료와 훈련을 병행했다. 통증이 4∼5일간 계속돼 매일 진통제를 먹었고 6일이 지나서야 깁스를 풀었다.
LA에 사는 방승호 선배가 밤낮을 따라다니며 수발을 드느라 고생을 많이했다. 수술 일주일만인 9일 깁스를 풀고 재활을 시작했는데 또다시 문제가 생겼다.
통증이 재발한 것이다. 스펀지공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팔꿈치를 위아래로 접었다 폈다하는 훈련이었는데 미국에 있는 기간이 짧다는 생각에 무리를 했기 때문이었다.
조브 박사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라"고 했다. 그 이후부턴 일주일에 3일 정도 훈련을 하니까 팔꿈치가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지난달말 모든 수속을 마치고 퇴원하기 전 조브 박사가 이런 말을 했다.
"재활에 성공할 수 있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다. `미스터 조'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5월12일, 도쿄의 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