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단장들의 외유성 NBA연수
기사입력 1999년 05월 12일 14시 08분
얼마전부터 해외 여행객이 IMF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김포공항은 북새통을 이룬다.
지난 한해동안 직장인 10명 중 한사람을 비탄에 빠뜨렸던 경제위기의 아픔은 벌써 망각의 저편으로 건너갔다는 증거이다.
KBL（한국농구연맹）은 지난시즌 내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관중들을 위한 이벤트는 좀체 찾아볼 수 없었고 각 기업들이 협찬으로 내놨던 경품도 대폭 줄었다.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KBL과 각 구단 사무국을 비껴가지 않았다.
프로농구 출범을 앞두고 "최고의 엘리트만을 채용했다"며 자랑했던 KBL 사무국 직원 3명이 길거리에 나앉았고 구단 직원 10여명도 `실업자 200만명 시대'의 대열에 동참했다.
이런 와중에도 KBL이 굳건히 지키는 방침이 있다.
바로 시즌종료와 함께 갖는 이사들의 NBA（미국프로농구） 연수.
선진농구를 직접 둘러보겠다는 취지야 좋다.
하지만 매년, 그것도 매번 같은 이들이 연수를 떠난다는 대목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 1일부터 엿새동안 벌인 올해 연수에는 그동안 한차례도 거르지 않았던 이사 5명이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NBA를 훑고 왔다.
1인당 비용은 대략 400여만원. 모 구단 단장은 KBL이 지원한 연수비용으로 다른 일을 봤다고 전해진다.
"해마다 연수를 다녀오건만 국내 프로농구는 달라진 게 없다"는 한 농구인은 "높은 분들이 미국에서 뭘 보고 왔는지 궁금하다"고 말한다.
연수를 다녀올 때마다 이사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한결같다. "많은 것을 둘러보고 생각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정작 시설투자방안이나 제도개선안이 상정될 때 내놓는 그들의 얘기도 변함이 없다. "국내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NBA 연수가 더이상 `연례성 외유'란 오해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