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성] 신분상승 도구로 귀족부인 유혹
기사입력 1999년 05월 11일 14시 47분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1783~1842)이 쓴 `적과 흑'은 구체제의 신분질서가 복원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명작이다.
이 작품은 사회소설, 풍속소설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연애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 줄리앙 소렐은 하층민 목수의 아들. 세속적 출세주의자다.
그는 기회를 잡아 시장 집안의 가정교사가 되고, 시장의 아내 레날 부인을 유혹한다.
순진함으로 위장한 그는 부인의 모성애를 자극한다. 사닥다리를 타고 침실을 찾는다. 소렐의 모든 언행은 부인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러나 신분상승을 꿈꾸던 그는 하인의 밀고로 사다리에서 굴러떨어진다.
그는 잠시 신학교에 몸을 숨기다 다시 귀족의 비서가 된다. 소렐은 아름답고 콧대높은 귀족의 딸 마틸드에게 손을 뻗는다. 마틸드도 소렐의 뜨거운 공세에 굴복하고 만다.
소렐은 마침내 마틸드를 결혼식장으로 이끌어내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고대하던 귀족의 칭호를 받는다. 드디어 신분상승이 된 것이다.
그러나 다시 레날 부인의 편지 한 장으로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간다.
미칠듯이 화가 난 소렐. 그는 성당에서 레날 부인을 향해 권총 두 발을 쏜다. 그는 사형에 처해진다.
그의 죽음을 전해들은 레날 부인은 자살하고, 마틸드는 머리를 훔쳐다 매장한다.
얼마전 고승덕 변호사의 `이 당 저 당 왔다리 갔다리 행각'을 두고 한 신문은 사설을 통해 `줄리앙 소렐같은 젊은 출세주의자'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가 하면 가수 조영남은 얼마전 본지 칼럼을 통해 이 정치인, 저 당을 기웃거리며 정치권을 해바리기 하는 개그맨 김형곤을 향해 `정치는 말고 개그나 하라'는 충고를 했다. "너는 이미 `순수'와는 거리를 두었다"며.
변호사는 개그맨보다 웃기고, `심지어' 개그맨은 정치인보다 웃긴다.
소렐은 비록 출세주의자였지만 나름대로의 신념은 있었다. 사형 직전 소렐은 구체제의 신분질서를 타파하라고 외쳤던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