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한국축구 짧은체험…높은벽 실감
기사입력 1999년 05월 11일 14시 24분
"한국의 근성을 배우고 싶었는데…."
10일 포항 입단 테스트에서 좌절을 맛 본 J리거 시라이 히로유키（25．DF）.
오로지 한국 축구를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어렵사리 현해탄을 건넌 그가 막상 한국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한 기분은 착잡하기만 하다.
사실 일본 선수 최초로 한국행을 결심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인에겐 아직도 잠재적인 반일 정서가 남아있다"며 만류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거친' 축구를 구사하는 한국 무대에 대해 겁도 났고 일본보다 낮은 수준의 급여도 한국행 결심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배우고 싶었다.
지난 96년 애틀랜타올림픽 예선서 만났던 최용수와 97년 세레소 오사카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적토마' 고정운에게서 느낀 한국인의 강한 `근성'을 갖고 싶었다.
한국 선수들이 J리그를 휘젓고 있는 판에 일본 선수라곤 단 한명도 한국에 진출하지 못했다는데 은근히 자존심도 상했다.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그의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그는 보름간 서울, 부산, 포항 등으로 옮겨 다니면서도 테스트를 대비해 하루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숙소 근처의 공터나 후미진 동네의 언덕길도 마다하지 않고 몸 만들기를 계속했다.
연봉에 대해서도 지난해 일본 세레소 오사카서 받던 1500만엔（약 1억4천만원）을 고집하지 않고 구단에 전적으로 위임, 입단에 강한 집착을 보이기도 했다.
"어쩔 수 없죠. 박감독은 테스트가 끝난 후 적극성과 체력의 부족을 지적하더군요. 바로 그 부분을 한국서 배우고 싶었는데…."
시라이는 비록 포항 입단엔 실패했지만 한국서 지낸 보름간 이미 한국축구의 `근성'에 대해 많은 것을 느낀 눈치다.
[서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