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우승 약속 지킨 아내…사랑스러워'
기사입력 1999년 05월 11일 14시 24분
아시아여자농구대회에 출전한 대표팀이 개선한 10일 오후 김포공항.
축하객들로 북새통을 이룬 가운데 한 남자가 상기된 얼굴로 뒤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정은순（28．삼성생명）의 남편인 장재호씨（31）.
정은순이 기념촬영을 마치고 대열에서 떨어지자 얼른 달려가 손을 꼭 잡았다.
장씨는 사진 기자들의 요청에 주위 시선은 아랑곳없이 서너차례나 아내의 볼에 입을 맞췄다.
1m87, 105㎏ 거구의 남편 품에 안긴 정은순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용인대 유도선수로 활약하다 은퇴, 고려산업개발 채권관리팀에 근무하고 있는 장씨는 2달간 아내와 별거아닌 별거를 해야 했다.
태릉선수촌에 있을땐 보약을 갖다주느라 몇번 얼굴을 봤지만 호주 전지훈련과 일본 대회 기간엔 국제전화가 유일한 낙이었다.
"오늘은 어땠느냐, 다친데는 없느냐, 음식은 잘 맞느냐…" 등을 묻다보면 40분을 넘기는 건 예사.
3년만의 합숙훈련과 대표팀 주장으로서 느끼는 심적 부담 등 아내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충을 털어놨다.
일본과의 예선전서 진 뒤 풀죽은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안타까웠고, 중국과의 준결승서 왼쪽 어깨의 회전근육을 다쳤다는 얘기에 당장 일본으로 달려가고 싶었단다.
출국할때 "꼭 우승하고 돌아오겠다"던 아내는 약속대로 시드니올림픽 티켓을 가져왔다.
장씨는 마지막으로 할 일이 남았다고 한다.
LA올림픽과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이어 세번째 올림픽에 나설 아내가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돼줄 생각이다.
[김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