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행운 몰고온 '도심의 황조롱이'
기사입력 1999년 05월 11일 14시 24분
황조롱이가 여의도 쌍둥이빌딩 꼭대기에 둥지를 튼 까닭은?
황조롱이（천연기념물 323호） 한쌍이 LG그룹의 극진한 보호를 받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LG그룹 사옥인 쌍둥이빌딩 서관 35층에 황조롱이 한쌍이 둥지를 튼 것은 지난 4월 초.
어디선가 훌쩍 날아와 빌딩 꼭대기 난간에다 보금자리를 마련한 황조롱이 부부는 2주 후 알을 낳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개씩 6일 동안 모두 6개의 알을 낳은 것.
황조롱이가 알을 깠다는 소식은 LG그룹 구본무 회장에게 전해졌고, 한국조류보호협회를 소문없이 지원해주고 있는 `애조가'인 구회장은 특별보호령을 내렸다.
황조롱이는 알을 부화된 후에는 절대 새끼를 버리지 않지만, 알을 품고 있을 때 주위가 불안하면 떠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측은 직원들이 창문쪽에서 황조롱이 둥지를 쳐다볼 수 없도록 차양막을 설치했으며, 접근을 금했다.
또 폐쇄회로 카메라를 둥지에 설치해 황조롱이 내외에게 생길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는데 만전을 기했다.
LG그룹의 `거사적' 사랑을 받고 있는 황조롱이 부부의 출산 예정일은 이번 주말쯤.
LG그룹측은 황조롱이의 부화 장면을 촬영,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조류보호협회 김성만 회장은 "여의도엔 샛강 생태공원이 있기 때문에 먹이사슬이 충분한 만큼 일단 새끼가 태어나면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류 애호가들은 반도체 빅딜 등으로 `불편'했던 LG그룹이 최근 데이콤, 대한생명 등의 인수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등 좋은 일이 생기고 있는 까닭은 황조롱이 같은 `길조'가 날아들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해석하기도.
[임태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