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연극'춘풍의 처'에서 맛깔스런 연기
기사입력 1999년 05월 11일 14시 24분
넉넉한 풍채(?)에 포근한 얼굴. 황정민(30)이 무대에 등장하면 객석에서는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극단 목화가 대학로 극장 아룽구지에서 공연중인 `춘풍의 처'(오태석 작,연출)의 타이틀롤을 맡은 그녀는 요즘 전통 여인상을 맛깔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판 `여자의 일생'이라고나 할까요. 질투와 용서, 사랑, 행복, 한(恨) 등 복잡한 감정을 순발력있게 표현해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연기력에 한계를 느낀다'고 엄살을 부리지만 무대위의 그녀는 시종 힘이 넘친다. 걸쭉한 사설조의 대사는 듣기에 구수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신영희씨에게 배운 판소리도 수준급이다.
우리 고전을 바탕으로 한 `춘풍의 처'는 지난 76년 초연된 오태석의 대표작. 마당극의 틀속에 원전에 구애받지 않는 상상력을 동원해 흥겨운 `한판 놀이'로 재구성했다.
올해초 성좌소극장의 이름을 아룽구지로 바꿔 극단 목화의 전용극장을 선언한 뒤 내놓은 개관기념작으로 오태석의 또다른 대표작인 `부자유친'과 격주로 오는 10월초까지 무대에 오른다.
"번역극보다는 `춘풍의 처'같은 창작극이 체질에 맞는다"는 황정민은 "우리 시대의 정서를 표현하는 작품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한다.
서울예전을 졸업하고 93년 데뷔. 94년 목화에 입단해 `천년의 수인' `여우와 사랑을', `아프리카',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 등에 출연한 `오태석 사단'의 간판배우다. (02)7453966
[김형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