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렁큰타이거]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기사입력 1999년 05월 10일 14시 08분



힙합에 취한 두 호랑이가 가요계를 흔들고 있다.

"힙합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며 고국으로 날아온 드렁큰 타이거(타이거 J.K．25, D.J 샤인．25).

지난 1월초 PC통신을 통해 `힙합을 흉내내는 국내 가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던 이들은 척박한 국내 힙합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들이다. 상대적으로 얇은 시장임에도 활동 3개월만에 10만장 이상을 팔아치우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데뷔곡 `난 널 원해'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읊던 드렁큰 타이거는 요즘 도발적인 노랫말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로 래퍼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음악같지 않은 음악을 이젠 모두다 집어치워 버려야해 우리가 너희들 모두의 귀를 확실하게 바꿔줄께 기다려…'

`참으로 놀라와 진짜인 우리가 돌아와 조금씩 너희가 있는 곳에 서서히 올라가 거기 가짜 거기 있어봤자 진짜를 보여줄께…'

`하나같이 꼭두각시 모두 같은 줄에 매달려서 춤을 추는 슬픈 삐에로 이대로 그냥 갈 순 없어 슬픈 미래로….'

이 노래를 들으며 가슴 뜨끔했다는 모 가수의 고백대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는 우리 가요계의 현실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굳이 드렁큰 타이거의 팬이 아니더라도 거침없이 내뱉는 이들의 랩을 듣고 있노라면 통쾌함을 금할 수 없다.

"잘난척 하려고 만들었다거나 특정 가수를 공격하기 위한 노래는 절대 아니다. 그냥 평소 마음속에 있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한 것 뿐이다. 그게 힙합이다."(타이거 J.K)

하지만 고국에서 활동하는 동안 이들은 상처를 많이 받았다. 옷을 왜 이렇게 입냐, 화장 좀 해라, 춤은 왜 안 추냐,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카메라에 맞춰 움직여라. 자유로운 환경에서 내키는대로 노래하던 이들에게 한국의 방송 풍토는 낯설었다.

"이쪽저쪽에서 욕도 먹고, 우리 스타일을 고집할 수도 없어 많이 지친 상태"라는 D.J 샤인은 "그래도 우리 판을 직접 `사서' 듣고 팬이 됐다는 동료가수들의 격려 덕에 기운을 차리곤 한다"고 말한다.

지난 92년 LA 흑인폭동 때 흑인래퍼 아이스 큐브가 `블랙 코리아'란 노래로 한국인의 자존심을 긁자 `콜 미 타이거'로 맞섰던 범띠 남자 둘. 한국을 세계의 `랩지도'에 올려놓겠다는 초심(初心)엔 변함없다.

◇타이거 J.K

★본명:서정권

★74년 6월 11일생

★1m80, 65kg

★베버리힐즈 고교, UCLA 재학중

★특기:태권도 5단

◇DJ 샤인

★본명:임병욱

★74년 6월 11일생

★1m80, 60kg

★뉴욕주립대 중퇴

★특기:DJ스크래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