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美총기 난사 사건 헐리우드가 부추겼다
기사입력 1999년 05월 10일 14시 08분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할리우드의 `폭력영화'가 다시 미국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TV나 영화 등 대중매체가 폭력행위를 부추긴다는 주장은 그동안 수없이 되풀이된 이야기. 그러나 이번 경우 총기난사의 두 주동자인 에릭 해리스와 딜란 클레볼드가 폭력영화 마니아인데다, 사건 당시 영화 장면을 연상시키는 대사를 그대로 읊는 등 `병적 환상'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예컨대 사건 당시 이들은 도서관에서 성경을 읽고 있던 17세의 캐시 버날에게 "하느님을 믿는가?"하고 냉랭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캐시는 단호하게 "물론. 그리고 너희들도 하느님의 길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들은 "하느님은 없다"며 그녀의 머리에 그대로 총을 쏘아 버렸다.
이 무자비한 살인은 올리버 스톤의 영화 `내추럴 본 킬러'의 한장면을 연상시킨다. 거기서 주인공 우디 해럴슨은 "그가 하느님을 믿는지 내가 한번 물어보지"라고 중얼거린다.
조사결과 이들은 `…킬러'를 20번 이상 보았으며 대사를 줄줄 외울 수 있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10대 킬러들은 또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주연한 89년작 `해더스'도 숭배했다. 검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학교를 폭탄으로 날려버리려고 시도하다 결국 자살하는 주인공의 이미지는 이번 사건에 그대로 투영됐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했던 95년작 `배스킷볼 다이어리', 키애누 리브스의 최신작 `매트릭스'와 스킨헤드를 다룬 `아메리칸 히스토리 X'도 이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잔인한 비디오게임과 독일 록밴드 램스타인의 폭력적인 음악도 이들에게 자극제 역할을 했다.
이번 사건은 할리우드 내부에서도 반성의 목소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자성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코미디언 로지 오도넬은 "우리 사회는 영화를 통해 폭력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문화는 총질을 해대는게 멋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할리우드 오락산업에 세뇌돼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형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