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전광판없는 야구 언제까지
기사입력 1999년 05월 10일 13시 30분
`이걸 애교로 넘겨야 할지, 비난을 해야 할지.'
9일 쌍방울－한화전이 벌어진 군산구장에는 컴퓨터시대를 무색케하는 수동 전광판이 등장했다.
지난 8일 전광판이 고장나 장내아나운서의 방송으로 관중들에게 상황을 알렸던 쌍방울구단이 이날도 고장원인을 발견못해 외야 광고판자리에 임시 상황판을 만들어 운영한 것.
구단직원들은 상황이 바뀔때마다 종이에 이닝스코어와 볼카운트를 표시할 수 있도록 만든 임시 상황판에 숫자 등을 붙이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볼카운트는 파란색과 노라색의 원으로 구분했는데 가끔 색깔이 바뀌는 애교스런 실수가 나와 관중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웃을수만도 없는 일.
"추억의 장면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한 구단관계자의 말이지만 과연 그렇게 넘어갈수 있는 문제일까.
쌍방울은 97년 20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전광판을 만들었으나 시공업체인 한국사인（주）에 공사대금 4억원을 미납, 애프터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돈 때문에 생긴 일이라 가난한 집 살림을 탓할수는 없지만 문제는 구단의 마인드.
쌍방울은 한화와의 군산경기가 있기전인 지난 7일 전광판 고장을 발견했으나 아무 대책없이 8일 경기를 진행했다.
"일정상 어쩔수 없었다"는 설명이지만 전광판을 고칠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가두방송 등을 통해 팬들에게 사과를 하고 장소를 전주로 옮기는 것이 진정한 팬서비스가 아닐런지.
지난 7일 한 팬이 "전광판도 없이 야구를 하다니, 관중들을 놀리는 거냐"며 환불을 요구한 의미를 구단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군산＝신보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