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대전 김기복감독 3년만에 전구단 V감격
기사입력 1999년 05월 09일 15시 13분
김기복 대전감독은 8일 밤 잠을 못이뤘다.
어버이날이라서도, 토요일이라서도 아니다.
대전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3년째 짊어져 온 화두（話頭）를 마침내 푼 데 따른 희열이 너무도 벅차서다.
화두－.
김감독은 지금까지 남모르는 야무진 꿈을 꿔왔다.
모든 팀들을 최소한 한 번씩은 잡아보겠다는.
그래서 공은 명성으로 차는 게 아니며 노력만 하면 넘지 못할 벽도 없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어했다.
사실 그 흔한 용병 하나 없는 대전으로선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다들 대전을 `밥'으로 여겼고, 대전과의 경기는 무조건 승점을 딸 수 있는 보너스 게임으로 여길 정도였으니.
김감독은 그 어처구니 없는 선입관을 깨부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목표를 달성했다.
지난 2년 동안 야금야금 8개구단을 무너뜨렸고, 8일 마지막 남은 난공불락의 대우를 2대1로 잡으며 `대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대우전 승리는 11연패 끝에 일궈낸 값진 승부라 `기쁨 두배'다.
김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외쳤다.
"거, 봐라, 독하게 뛰면 못 이길 팀이 없다"고.
99조별리그를 3승5패로 마감, 비록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좌절됐지만 김감독은 벌써부터 정규리그가 기다려 진다.
그 때가 되면 간판스타 김은중과 만능 수비수 김정수, 그리고 97년 신인왕 신진원 등이 차례로 복귀하기 때문에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기분 좋습니다. 이런 게 승부의 참맛 아닐까요. 이제 정규리그를 기대해 주세요."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