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퇴물'에서 '보물로' 신분 상승
기사입력 1999년 05월 09일 15시 12분
운동장에 나와 있어도 잘 보이지 않는 선수.
그러나 그가 없었다면 지금쯤 현대는 어떻게 됐을까.
지난달까지만 해도 `퇴물'취급을 받던 현대 김인호（32）가 졸지에 `보물'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현대 경기를 보면 김인호 혼자 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눈에 확 띈다.
톱타자로 득점찬스를 만들고, 여차하면 2루 도루로 상대내야를 혼란시키고, 때에 따라선 결정타 한방으로 KO펀치를 먹이기도 한다.
3할9푼3리로 팀내 최고타율. 최근 5경기에선 2할9푼4리로 약간 처진 편이지만 이 기간동안 4사구를 무려 9개나 골라내 영양가는 만점이다.
지난 7일 대구 삼성전부터 전준호를 밀어내고 1번으로 나서고 있는 김인호는 시즌초반만 하더라도 전혀 주목받지 못하던 `벤치워머,'
가끔 경기후반 대타나 대주자로 얼굴을 내미는 것이 고작이었다.
김인호의 가치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주전 중견수 이숭용이 슬럼프에 빠지면서부터.
이달초 이숭용을 대신해 중견수로 기용된 김인호는 한박자 빠른 수비와 정교한 타격으로 침체에 빠진 현대타선에 물꼬를 텄다.
지난 8일 인천 두산전에서도 비록 팀은 졌지만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빛을 냈다.
김용철 타격코치는 "김인호마저 없었다면 어떻게 타선을 꾸려 나갔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한다.
지난 89년 롯데에 입단해 90년 태평양으로 이적한 김인호는 원래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몇 안되는 선수로 주목받았다.
지난 96년 이후 3년만에 톱타자에 중견수 자리를 다시 꿰찬 김인호는 "욕심없이 내 할 도리만 꾸준히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 한다. [김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