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두산 진필중 인천 징크스 깨기
기사입력 1999년 05월 09일 15시 12분
"정말 징크스는 말하면 깨져요?"
두산 진필중（27）이 눈을 반짝이더니 기막힌 `자아비판'을 시작한다.
"저는 인천구장에만 오면 정말 못던져요. 현대 타자들이 아주 대놓고 때려요."
8일 인천 현대전 직전, 이제 막 상대를 건너편에 둔 선수의 말로는 믿을 수가 없다.
"인천 마운드에 서면 포수가 커다랗게 보입니다. 그러면서 던지면 꼭 가운데로 들어가요. 코너워크가 전혀 안된다는 얘기죠."
"마운드는 아주 좋아요. 마운드 관리 참 잘해놓는 구장이에요. 절대 마운드 탓이 아닙니다."
"컨디션 나쁠때 걸리는 것도 아니에요. 컨디션 좋을때도 인천구장에선 두들겨맞아요. 사람도 안가립니다. 다들 잘쳐요. （전）준호형은 롯데 있을땐 제볼을 전혀 못치더니 인천에선 막 받아쳐요."
이쯤되면 심각하다. 무차별 등판해야 하는 마무리 투수로서 자칫 `각오불량'으로 보일 지경이다.
"딱 한가지 위안은 （박）진만이죠. 유독 진만이만 잘 못쳐요. 진만이 타석이 걸리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진필중은 6－6 동점인 8회말, 박진만이 아닌 7번 김경기 타석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연장 10회까지 3이닝을 던졌다.
공이 정말 슬쩍슬쩍 가운데로 몰리는듯 했으나 최고시속 148㎞의 빠른볼에는 역시 힘이 있었다.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작년까지 4시즌 동안 인천구장 8게임서 7개의 홈런을 얻어맞으며 3패（1승）에 방어율 7.45.
진필중이 `악연의 구장'에 먼저 솔직한 고백으로 마음을 털어버리고, 소중한 `살풀이승'을 따낸 것이다. [인천＝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