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호텔 여직원 '쌍끌이 성희롱' 몸살
기사입력 1999년 05월 09일 15시 12분
호텔 여직원들의 93％가 직장 상사및 동료는 물론 고객들로부터 `쌍끌이 성희롱'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접촉 차원을 넘어 아예 원조교제를 요구하는 상사가 있는가 하면, 남성 고객들의 심야 음란전화 공세도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월간 호텔&레스토랑'이 지난달 12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소재 27개 특급호텔 여직원 258명（객실부 100명, 관리부 64명, 식음료부 53명, 기타 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호텔내 성희롱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성희롱 가해자는 직장상사나 동료가 78.7％, 고객이 21.3％를 차지했다.
성희롱 유형（복수응답）은 `음란한 농담과 음담패설'（84.9％） `외모에 대한 성적 평가나 비유'（72.5％）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가슴이나 엉덩이 등 특정신체부위를 만짐' `입맞춤이나 포옹, 뒤에서 껴안기' `성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 등 매우 강도높은 성희롱 사례 경험이 10∼25％로 높게 나타났다.
한 호텔에서는 남자 상사가 여직원에게 성희롱 차원을 넘어 원조교제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한편 고객들의 성희롱 사례도 의외로 많았다. 여직원에게 걸려오는 음란전화의 78.8％가 고객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관계 요구및 회유, 마사지나 애무 강요, 팩시밀리나 컴퓨터 등을 통한 음란편지나 사진 전송 등은 고객들의 단골 성희롱 유형에 속했다.
특히 룸서비스 온 여직원에게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를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는등 노골적인 성희롱을 한 사례도 29.4％에 달했다.
한 호텔 여직원은 "직장 상사나 동료 그리고 고객 양쪽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하고 있음에도 호텔측은 이미지관리에 급급해 문제가 생기면 감추려고만 애쓴다"며 "여성의 비율이 타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고 24시간 근무하는 곳인만큼 철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