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조성규'배고픈 연예계 더 못 참겠어요'
기사입력 1999년 05월 09일 13시 36분
참 인생도 기구하다.
배가 고파 복싱을 그만두고 탤런트 생활을 했던 사람이 배가 고파 다시 글러브를 끼게 됐으니….
복서출신 탤런트 조성규(38).
밴텀급 한국챔피언(84년) 출신으로 90년 은퇴하고 92년 KBS 일일극 `가시나무 꽃'으로 데뷔해 탤런트로 활동중인 그가 다시 링에 오르기 위해 23일 일본으로 떠난다.
배고픔이 싫어 떠나야 했던 링에 9년만에 복귀하는 셈이다.
조성규는 이번달 말 도쿄 고라쿠엔 경기장에서 일본 밴텀급 유망주 고바야시 겐지(일본 6위)와의 10라운드 논타이틀전이 잠정 계획돼 있으며, 경기결과에 따라 다른 일본 프로선수들과도 경기를 벌일 예정이다.
주인공을 꿰차진 못했지만 조역배우로 익히 알려진 조성규가 불혹을 앞둔 나이에 글러브를 다시 끼게 된 것은 `배가 고파서'라는 게 그의 설명.
"화려한 연예계를 동경해 탤런트가 됐지만 8년여간 연기를 하며 연예계는 복싱계보다 더 냉혹함을 느꼈다. 작년말부터 올해까지 한번도 제대로 된 역을 맡지 못했다. 한마디로 배가 고파 탤런트가 됐지만 배가 고파 다시 복싱을 하게됐다. 무엇보다 잃었던 이름과 자존심을 링에서 되찾고 싶다."
아직까지도 결혼을 하지 못해 자취생활을 하고 있지만 조성규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은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분명히 기회가 온다'는 것을 종교처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링 복귀는 WBC 심판위원장인 일본인 구와타씨와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이뤄졌다.
조성규는 얼마전 방한한 구와타씨에게 복싱재개 의사를 간곡히 전달했고, 구와타씨는 조성규와 일본 선수들과의 경기를 적극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시절 전형적인 인파이터였던 조성규는 24전 21승중 13KO승을 거둔 강펀치의 소유자.
최근에도 일주일에 2∼3번씩 서울 장충동에서 남산타워까지 8㎞ 로드워크를 꾸준히 하며 체력과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고.
드라마는 `젊은이의 양지' `첫사랑' `간이역' `야망의 전설' 등에 인기극에 출연해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 온 그의 또다른 변신을 기대해 보자. [이유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