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얄밉도록 능숙한 새내기 아나운서
기사입력 1999년 05월 08일 17시 56분
"왜 그렇게 얄밉게 잘하니? 어쩌면 그렇게 능청스럽게 하냐구！"
겨우 경력 6개월. 그런데도 새내기 아나운서 정지영(24)은 화제였다. 지난달 9일 SBS TV `임백천의 원더풀 투나잇'의 생방을 끝낸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선배 아나운서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가 막혀 했다. 정지영은 신인답지 않게 `징그러울 정도로' 프로의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11월에 입사. 6개월쯤 지난 지금 SBS는 그녀에게 무려 3개 프로를 맡기고 있다.
`임백천의 원더풀 투나잇'은 메인. 와중에 `SBS 골프'의 MC로, FM라디오 `사운드 오브 뮤직'의 DJ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새내기에게는 과부하일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의욕충만이다. 프로마다 제 손가락모양으로 애정을 쏟는다.
"`원더풀 투나잇'은 스케일이 크고 생방이기 때문에 자리에 앉을 때마다 긴장감과 짜릿함이 교차합니다."
그런 아슬아슬한 느낌이 상쾌하다.
라디오 음악프로 DJ는 깊은 밤 골수 애청자들과 교감하는 느낌이 좋고, 골프 프로의 MC는 스포츠의 세계를 엿보는 즐거움이 좋다.
어려서부터 아나운서가 되고싶어 했다. 어른들 앞에서 조잘대는 솜씨가 여간 아니었다.
이 `준비된 아나운서'는 요즘 곧잘 화제에 오르는 `뉴스의 연성화, 아나운서의 연예인화'를 어떻게 볼까.
"대중에게 다가갈 수만 있다면 나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아나운서가 소수의 엘리트에게만 뉴스를 전달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러면서도 뭔가 좀 개운치 않은 모양. 그래서 그런가, `까부는 모습'보다는 `지적인 이미지'로 승부를 걸고싶다는 사족을 단다.
[이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