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갬블러] 대학로는 화려한 카지노의 밤세계
기사입력 1999년 05월 08일 16시 54분
서울 대학로에 카지노 `북경궁의 밤'이 시작됐다.
도박사와 쇼걸들의 은밀한 사랑이 펼쳐지는 화려한 카지노의 밤세계를 담은 독일 뮤지컬 `갬블러'(에릭 울프손 작곡, 한진섭 연출)가 8일 문예회관대극장에서 개막한 것.
스포츠조선이 뮤지컬보기운동 57번째 무대로 문예진흥원 MBC 극단 신시뮤지컬컴퍼니와 공동주최한 무대로 첫날부터 관객들이 극장을 가득 메우고있다.
카지노 `북경궁'을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이라는 비극적인 요소와 환상적이고 화려한 버라이어티쇼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작품이다.
막이 열리면 온갖 장식이 빛나는 웅장한 세트가 등장하고 쇼걸들이 등장하면서 카지노가 오픈된다. 이어서 보스의 권력, 쇼걸들의 꿈, 백작부인의 회상 그리고 갬블러의 꿈과 좌절이 펼쳐진다.
국내 최고의 뮤지컬 배우들이 펼치는 춤과 노래가 시종일관 관객들을 압도한다.
만능 재주꾼 허준호는 `유혹의 화신'인 보스로 변신, 돈과 하룻밤의 욕망을 지닌 도박사들을 도박과 쇼걸로 유혹, 카지노의 제물로 만들어 버린다.
그는 2시간 동안 퇴장 한번없이 무대를 휘저었다. 워킹에 가까운 특이한 춤을 곁들여 들려주는 `타임' 등 8곡의 뮤지컬 넘버는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사랑을 버리고 운명에 몸을 던진 도박사로 출연한 남경주는 특유의 몸짓과 노래솜씨로 `매력덩어리' 배우임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켰다.
백작부인역으로 등장한 전수경의 뛰어난 가창력과 에너지, 쇼걸로 등장한 이정화의 요염하면서도 싱그러운 연기력은 이 작품을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어준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 쇼걸 지지로 등장한 주원성은 생애 첫 여자역할을 맡아 요염하고 애교스런 연기를 펼쳐 관객들로 하여금 `여자보다 더 여자 같다'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김길호와 김기섭 김선동은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주었고 20여명의 쇼걸들이 펼쳐보이는 춤은 독일 뮤지컬의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연출가 한진섭은 전체적으로 극의 사건이자 매력요소인 돈과 사랑과 욕망에 대한 인간들의 갈등과 음모를 매우 설득력 있게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유명한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를 이끌며 `아이 인 더 스카이'를 히트시킨 에릭 울프손의 음악은 웅장하면서도 아름답다. 또 카지노가 성당으로, 성당이 쇼 계단으로 바뀌는 세트도 볼만하다.
23일까지. 평일 오후 4시,8시. 토 일 오후 4시,7시. (02)577－1948
[박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