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1m83의 역대 최단신 득점왕-아이버슨
기사입력 1999년 05월 08일 15시 53분
"매직 존슨, 마이클 조던, 그리고 앨런 아이버슨이라는 이름을 함께 기억하도록 만들겠다."
지난 96년 6월 27일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필라델피아 76ers에 지명된 21살짜리 애송이의 당찬 NBA(미국프로농구) 입성 소감이었다.
그로부터 3년.
아이버슨(24)은 지난 5월 6일 끝난 99NBA 정규리그에서 당당히 득점왕에 오르며 전세계에 `아이버슨 신화'를 타전했다.
득점왕은 NBA 최고스타를 상징하는 타이틀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전유물이었다.
조던은 지난 86∼87시즌부터 92∼93시즌까지 7연속 수상한데 이어 다시 95∼96시즌부터 97∼98시즌까지 3연속 수상하는 등 무려 10차례에 걸쳐 득점왕에 올랐다.
조던이 `야구 외도'에 나선 93∼94시즌과 복귀후 자리를 잡지 못한 94∼95시즌에 데이비드 로빈슨(샌안토니오 스퍼스)과 샤킬 오닐(당시 올랜도 매직)이 잠시 주인잃은 타이틀을 보관한 것이 전부.
아이버슨은 조던의 유일한 득점왕 경쟁자였던 샤킬 오닐(LA 레이커스)과 올시즌 내내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관중을 즐겁게 하는' 포인트가드 아이버슨의 키는 1m83.
반면 `구단주를 즐겁게 하는' 센터 오닐은 무려 33㎝나 더 큰 2m16.
그러나 아이버슨은 포지션과 신장의 불리를 극복하며 NBA 사상 최단신 득점왕으로 탄생,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족적을 남겼다.
아이버슨－게임당 26.8득점, 오닐－게임당 26.3득점.
아이버슨의 득점왕 등극이 `신화'로까지 표현되고 있는 이유는 `농구는 키가 커야 한다'는 정설을 온몸으로 뒤집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1@83은 결코 작은 키가 아니다.
그러나 NBA 선수로는 `소인'에 가깝다. 그 키로는 후보선수로 명함을 내밀기도 힘들다.
그러나 앨런 아이버슨은 다르다.
키는 작지만 볼과 몸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드리블, 고무공같은 탄력.
그는 `단신 흑인선수'의 가치를 한없이 증폭시켰다.
미국 프로와 아마 농구를 통틀어 가장 빠른 선수로 인정받고 있는 아이버슨은 전속력으로 달리면서도 자유자재로 볼을 콘트롤할 수 있다.
아이버슨의 공격 스타일은 `NBA식 농구쇼'를 집대성한 느낌을 준다.
자신보다 30㎝ 이상 큰 `장대'들의 머리위로 슬램덩크를 꽂거나 더블클러치(이중점프)로 상대수비를 무력화시키는 장면은 마이클 조던을 연상시킨다.
필라델피아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그를 선택했다.
문제가 된 것은 그의 플레이스타일.
파이팅넘치는 경기운영은 좋지만 `팀보다는 자신만을 더 생각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더 큰 걸림돌은 불미스런 과거였다.
버지니아주 햄튼 출신의 아이버슨은 고교시절 농구와 미식축구에서 눈부신 재능을 보인 만능 운동선수였지만 행동은 거칠었다.
93년 2월 몇몇 백인청년들과 인종문제로 시비를 벌인끝에 사고를 쳤다.
결국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스포츠스타의 꿈을 접어야 할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가족과 이웃의 끈질긴 탄원끝에 그의 재능을 아낀 주지사가 5개월만에 가석방을 허락했다.
인생의 쓴 맛을 경험한 아이버슨은 그후 더욱 농구에 몰두했고, 타고난 그의 실력을 인정한 조지타운대가 입학을 허용했다.
신입생으로는 최초로 `올해의 수비수' 상을 타기도 한 아이버슨은 2학년때는 팀을 컨퍼런스 결승전까지 끌어올리는 등 맹활약했다.
대학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맹위를 떨치던 그는 또한번의 갈등을 겪게 된다.
홀어머니의 수입으론 생활비 대기가 빠듯한 상황에서 누나가 발작증세로 장기간 입원해야 하는 곤란에 처한 것.
그는 과감히 모험을 했다.
대학리그에서 꾸준히 기술과 체력을 기르지 않고선 살아남기 힘든 NBA였지만 대학 2년을 마치고 서둘러 프로를 선택했다.
필라델피아는 그에게 기회를 주었고 아이버슨은 96∼97시즌 신인왕으로 이에 보답했다.
단신의 핸디캡과 불우한 환경을 딛고 우뚝 일어선 아이버슨.
득점왕 등극으로 두번째 목표를 달성한 그는 이제 또하나의 목표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마이클 조던－.
[조석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