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철]산림감시요원 1년만에 관악산 다람쥐로
기사입력 1999년 05월 08일 14시 45분
초록이 짙푸른 관악산의 남부능선.
빨강 모자, 국방색 상의, 청바지 차림에 등에는 이상한 기구를 둘러멘 수상쩍은 청년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연신 무전기에 대고 무언가 암호를 불러댄다.
언뜻 무장공비를 연상시키는 이 청년의 정체는 지나가던 여자 등산객에 의해 곧 발각된다.
"어머! 전희철 오빠 아니예요?"
지난해 5월 12일 산림감시요원으로 현장 업무를 시작, 1년째 관악산을 누비고 있는 프로농구 동양 오리온스의 전희철이었다.
전희철의 주업무는 산불방제, 산림훼손 및 취사행위 단속, 자연정화（쓰레기 수거） 등.
오전 8시40분까지 과천시청에 출근, 점호를 받은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꼬박 8시간 동안 산을 탄다.
이때문에 전희철은 `관악산 다람쥐（?）'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관악산의 지형은 눈을 감아도 훤하며 날래기가 `산사나이'를 방불케한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심신 정화도 하고, 크로스컨트리로 체력강화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 아닙니까?"
전희철은 어느 누구보다도 공익근무요원 업무에 만족하고 있다.
입대하기 전 발목, 무릎, 허리 등 어느곳 하나 성한데가 없었지만 산을 타면서 모두 `자연치료'됐다.
업무를 끝낸뒤 저녁 7시부터 9시30분까지는 삼성의료원에서 운동처방사인 조종현씨가 짠 프로그램에 따라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 인터벌 훈련까지 하는 바쁜 일정.
동양 오리온스의 훈련장인 서울 교육문화회관도 1주일에 1∼2차례 찾아 볼감각을 익힌다.
"선수수명이 최소한 5년은 더 연장됐을 겁니다. 지난해 군에 입대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몸도 마음도 엉망이었겠지요."
오는 10월 12일로 제대일자가 잡혀있는 전희철은 "평생 군에 감사하며 살겠다"고 한다. [조석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