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여자배구 U대회에 나가야 하는 이유
기사입력 1999년 05월 08일 14시 45분
`무전유죄（無錢有罪）'.
대한체육회와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KUSB）가 여자배구의 하계 유니버시아드（7월 3∼13일．스페인 팔마） 출전 문제를 놓고 목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만학바람'이 불고 있는 여자배구는 박수정 정선혜（이상 LG정유） 장소연 강혜미（이상 현대） 황명화（흥국생명） 등 무려 9명의 국가대표 선수가 현재 한체대 경희대 등 대학에 재학중이다.
이때문에 유니버시아드대표팀을 구성하면 사실상 국가대표팀이나 마찬가지.
여자배구가 세계4강권의 전력임을 감안할때 유니버시아드 금메달은 어렵지 않게 예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는 11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어 출전종목을 최종 확정할 예정인 체육회는 여자배구를 출전시키지 않을 움직임을 보여 배구협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인 여자배구를 체육회가 `눈물을 머금고' 제외시키려는 이유는 두가지.
▲선수들이 대학에 적을 두고 있긴 하지만 대학팀이 없는 상황이어서 타종목에 비해 `순도'가 떨어진다는 것과 ▲가뜩이나 부족한 예산때문에 선수를 줄여야 하는 마당에 1∼2명도 아닌 단체종목을 파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체육회가 `금메달 지상주의'를 지양하고 `순수성'을 되찾겠다는데야 반대할 명분도 없고, 오히려 박수를 쳐야 할 일이다.
그러나 체육회의 속사정은 다르다.
체육회 관계자는 "솔직히 우린들 성적을 생각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부족한 예산을 나눠써야 하는 상황에서 타종목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없는 집안'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대해 배구협회측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국가대표이기 때문에 유니버시아드 출전 비용을 이미 짜놓은 대표팀 훈련비와 전지훈련비로 대체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자배구의 경우 그동안 국위선양에 많은 공헌을 해왔음에도 연금 등에서 혜택을 받지 못했고 실업팀의 잇단 해체 등으로 고사위기를 맞고 있어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선수 자격에도 아무런 하자가 없는 금메달 유력 종목을 단지 `예산 절감'의 차원에서 제외한다면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서글프지 않겠는가.
[조남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