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호랑이 입 최해식 '실어증' 걸린 이유
기사입력 1999년 05월 08일 14시 18분
해태에서 김응용감독과 가장 친한 선수를 꼽는다면 포수 최해식（31）이다.
입심이 센데다 워낙 변죽이 좋아 김감독이 어떤 말을 해도 넙죽넙죽 잘 받아넘기기 때문이다.
한데 넉살좋고 `떠버리'로 알려진 최해식이 요즘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그라운드 안에서건, 운동장 밖이건 딴 사람으로 변한 것처럼 시무룩하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최해식이 `우울증'에 빠지게 된 시기는 지난달 30일 잠실 LG전부터다.
이 경기에서 김응용감독을 포함, 6명의 코칭스태프가 `줄퇴장'을 당했다.
판정에 불만을 품은 최해식이 마스크를 던지며 심판에 반항한 게 발단이었다.
순간적인 실수로 인해 팀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으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일 수 밖에.
게다가 해태는 이때부터 성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 6경기에서 1승5패를 기록하며 드림리그 최하위로 처졌다.
좋은 활약으로 보답하고 싶었지만 그마저 뜻대로 안됐다. 반성하라는 의미인지 선발출전의 기회도 좀처럼 주어지질 않았다.
가끔 교체돼 타석에 들어서면 삼진 아니면 내야땅볼.
가뜩이나 주눅이 들어있는 판에 2회부터 교체돼 포수 마스크를 쓴 지난 7일 전주 쌍방울전에서 또 `사고'를 쳤다.
1－1인 5회말 무사 2,3루의 위기에서 홈으로 뛰어들던 주자를 제대로 태그하지 못해 결정적인 실점을 한 것.
최해식은 주심에게 "분명히 태그했다"고 주장했지만 판정의 정확성을 떠나 태그플레이를 확실하게 하지 못한 포수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었다.
이 판정을 놓고 김감독이 5회 클리닝타임때 심판실을 찾아가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지자 최해식은 그야말로 `좌불안석'.
며칠전까지만 해도 핸드폰 액정화면에 `왕따'라고 적어놓을 정도로 자책감과 부담감을 안고 있는 최해식은 요즘 밥이 입으로 넘어가질 않는다. [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