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선]벙어리 산골처녀로 말없이 안방 컴백
기사입력 1999년 05월 07일 14시 34분
대본을 받아든 연기자가 가장 억울한 경우는?
첫째 대사가 없는 것, 둘째 극중에서 죽는 것.
하지만 탤런트 전미선은 이 두가지를 `신나게' 겪으며 브라운관에 컴백한다.
이번달말 방송예정인 KBS 2TV의 `TV문학관－폭군'에서 호랑이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산골의 벙어리 처녀역을 맡았다. 97년 MBC 미니시리즈 `예감' 이후 방송활동이 뜸했던 그녀로선 본격적인 안방복귀 작이다.
대사없는 벙어리에 죽는 역이지만 `폭군'을 찍으면서 귀한 경험을 했다.
얼마전 충북 영동의 산골마을에서 허름한 한복차림에 맨얼굴로 보름넘게 촬영하며 쓰고 단 맛을 모두 보았다. `폭군'이 거친 호랑이 사냥꾼들의 얘기를 그린만큼 자신을 제외한 모든 연기자가 남자들인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 `중요한 일'을 숲속에서 해결하기도 어려워 나중엔 아예 먹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평상시 차분하고 조리있는 말솜씨로 소문난 그녀지만 벙어리역을 하느라 울렁증이 생길 정도였다.
대신 무공해 산나물에 우거지 등을 밥에 비벼 먹는 맛은 `꿀 맛' 그 자체였다고.
89년 `토지'로 데뷔해 `갯마을' `만남' 등에 출연하며 주가를 높이던 그녀는 97년 서울 잠실근처에서의 교통사고로 연기활동을 중단했다. 입술이 찢어지고 허리를 크게 다쳐 6개월간 꼼짝없이 병원신세를 져야했다.
공백기간을 통해 깨달은 건강의 소중함만큼이나 연기에도 눈을 떴다는 전미선. 벙어리에 죽는 역을 즐거운 마음으로 한 진짜 이유다.
[이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