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몰락의 길 걷는 몬트리올
기사입력 1999년 05월 07일 14시 06분
캐나다 퀘벡주의 중심도시인 몬트리올은 어딘지 힘이 없고, 노쇠하고 그리고 깨끗하지 못한 느낌을 준다.
TV를 틀면 영어와 불어방송이 번갈아 나오고, 유럽풍의 스타일과 다인종이 섞여 공존하는 낭만도 있지만 낙후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도발 공항에 내려 항상 막히는 40번 도로를 따라 다운타운으로 향하다보면 70년대에 달리던 한국의 삼일 고가도로 주변의 풍경이 절로 연상된다.
로열 마운틴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홈구장인 올림픽스타디움은 마치 공상과학영화에 나올듯한 맵시를 자랑한다지만 안으로 들어가보면 썰렁하기만 하다.
76년 하계올림픽에서 한국 최초의 금메달이 나온 인연이 있는 경기장들이 주위에 늘어서 있지만 메이저리그 야구장의 열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올시즌 홈에서 18게임을 치른 가운데 개막전을 제외하면 경기당 평균관중수가 8600여명으로 팀연봉과 함께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중 최하위다.
지난 주말 `빅맥' 마크 맥과이어의 세인트루이스가 방문한 3연전에서 조차 하루 최고관중은 1만1천여명.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와의 3연전에는 총 15만명 이상이 몰렸었다.
1년에 절반 이상 눈이 온다는 몬트리올은 아이스하키 도시다. 몬트리올 캐나디언스는 NHL의 명문팀으로 이 도시의 자랑이다.
야구는 단지 아이스하키 시즌이 끝나고 시작되는 중간자리를 메우는 정도.
그런데 올해는 캐나디언스가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하고 일찍 탈락해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늘어날 것이라는 몬트리올구단의 어설픈 희망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프시즌동안 다저스가 영입에 실패한 펠리페 알로우라는 명장이 버티고 있지만 마이너리그팀에 가까운 몬트리올 타선은 연전 연패, 팬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
홈구장 성적이 4승14패니 고개를 돌릴만도 하다.
가난한 구단 몬트리올은 래리 워커, 페드로 마르티네스, 안드레스 갤러러가, 모세스 알로우, 팀 레인스, 딜라이노 드쉴즈, 마키스 그리슴 등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으나 모두 부자팀에 빼았기고 없다.
현재 몬트리올은 다운타운에 초현대식 구장을 짓고 중흥을 노린다는 계획이지만 멋드러진 운동장만으로 관중이 몰려들기를 바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지난 69년 캐나다 최초의 메이저리그팀으로 기치를 드높였던 몬트리올은 쇠락하는 도시 몬트리올과 함께 시들고 있다.
미국의 샬롯과 버지니아에서는 메이저리그팀을 유치하지 못해 안달인 가운데 2∼3년후에는 몬트리올에 원정 오는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몬트리올（캐나다）＝민훈기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