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현대 빚…돈대신 선수로
기사입력 1999년 05월 07일 14시 06분
강원 태백건설 씨름단 황경수 감독은 6일 삼익파이낸스씨름단 창단식이 열린 부산 롯데호텔에서 자가용을 몰고 선수 숙소가 있는 경산으로 향하던 중 동승자들을 향해 불쑥 이렇게 말했다.
황감독의 `친정'은 다름아닌 현대. 민속씨름 초창기 때 이만기, 김칠규, 고경철 트리오를 채찍질하며 현대를 최강의 팀으로 만든 명장이 바로 황감독이다. `모래판의 승부사'라는 별명도 이때 얻은 것.
황감독은 그러나 95년에 쫓겨나듯 울산을 떠났다. 세간에는 타향살이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말이 떠돌았으나 실은 현대에서 세대교체를 원하는 눈치를 보여 용퇴한 것이었다.
때는 바야흐로 겨울. 현대 실무자는 갈 곳 없이 문 밖을 나서는 황감독에게 미안했던 지 "6개월치 봉급을 드리겠다"며 먼저 예우를 갖췄다고.
85년 현대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연봉이 3천만원. 이후 매년 100만원씩 봉급이 올라 현대를 떠나던 해의 연봉이 4천만원이었다. 따라서 절반인 2천만원은 받을 것으로 내심 계산했단다.
황감독은 그러나 아직도 이 돈을 못받고 있다.
"1년 내내 안부 전화 한 통도 받은 적이 없었데이. 나중에 청구 감독으로 취임하고 `왜 돈 안주냐'고 물어보니까 `왜 돈 받으러 안 왔냐'고 안카나. 기냥 웃어뿌따."
`채권자'인 황감독. "이젠 `빚'을 돌려받을 때가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돈 대신 선수로 받겠다"는 게 황감독의 의지.
황감독은 이에 7일 한국씨름연맹에 이태현을 내줄 것을 서면을 통해 정식으로 요청했다. 현대가 지난해 7월 신생씨름단이 생기면 이태현을 내주기로 서약한 바 있는 만큼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는 요구다. 그러나 `미운정 고운정이 가득한' 현대를 향한 속내가 꼭 `이태현을 차지하겠다'는 것만은 아니다.
"안되면 규연이나 봉민이라도 내줘야 내도 한번 싸워보지. 이제 막 걸음마 하는 팀인데…. 뛸 수 있는 발판은 마련해줘야 안되겠나. 옛 정을 생각해서라도 좀 도와줬으면 좋겠데이."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