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사랑을 손질하는 약수동 무료이발관
기사입력 1999년 05월 07일 14시 06분
어버이날을 하루앞둔 지난 7일 서울 중구 신당3동 `약수 무료 이발관'에는 무의탁 노인 등 생활보호대상자 10여명이 머리를 깎기 위해서 줄을 서 있었다.
또 심장병을 앓고 있는 권태민군（11．청구초등교 4학년） 등도 의자 하나를 차지해 앉았다.
이곳에 모인 노인들은 머리를 무료로 깎은뒤 인근 목욕탕의 무료 목욕권까지 한장씩 받았다.
머리 커트를 위해 찾아온 윤옥순 할머니（76）는 2년전 할아버지와 사별하고 동사무소 취로사업을 하면서 혼자서 살아가는 노인.
"3개월전 교통사고가 나서 취로사업에 못나가고 있는데 약수후원회에서 라면과 연탄을 계속해서 줘서 살아가고 있어요."
일당 1만7000원씩 받는 취로사업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창구 할아버지（77） 역시 부인과 자식이 없다.
"이곳에 오시는 할아버지들은 취로사업을 하면서 월 30만원 정도로 근근이 살아가는, 아주 어려운 이웃들입니다. 모두가 힘들다고 하지만 회원들끼리 십시일반으로 갹출해서 이발소를 연 겁니다."
최근 `약수 무료이발관'을 연 약수후원회 김동광 회장（54）의 말이다.
약수아파트 지하, 5평 남짓한 무료이발관에는 하루 평균 5∼10여명의 노인들이 모여들어 머리도 깎고 세상이야기도 나누고 있어 노인정 이상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설이래야 이발의자 3개, 허름한 소퍼 및 머리감는 수도시설 등이 전부다.
이발사 이복남씨（51） 역시 매월 80만원을 받으며 봉사활동에 흔쾌히 참여했다.
심장병 수술을 3번씩이나 한 권태민군 또한 취로사업에 나가는 홀어머니（40）와 누나（청구초등교 6학년）와 함께 살고 있는데 어린이날에는 아무데도 못갔다.
"여기서 머리를 깎을 때와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제일 기분이 좋아요."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