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경마장의 조폭들(2)-깡패피해 마구간에 숨기도�
기사입력 1999년 05월 07일 14시 06분
자유당 정권 시절 경마장은 한마디로 깡패들의 놀이터였다.
동대문파, 명동파, 종로파, 왕십리파 등 장안의 주먹패들은 모두 경마장으로 몰렸다.
당시 정치주먹들은 힘으로 안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경마만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강력한 우승후보말을 타고 출전하는 기수에게 우승을 하지 못하도록 협박을 일삼았다.
원로경마인 권인철씨(78．전 마사회 재결위원)는 "관람대 앞에 기수 휴게실이 있었는데 깡패들이 들락거리며 우승후보로 지목된 기수에게 `우승하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엽총으로 쏴버리겠다'고 협박했다"며 "승부조작에 응해주지 않으면 붙잡아다 두들겨 패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수들은 이들의 요구에 응해줄 수가 없었단다. 어느 파가 `우승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나가면 다른 파가 들어와 `우승하지 못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기수들은 그래서 레이스가 끝나기가 무섭게 휴게실 마루밑이나 마구간에 숨어 깡패들과 숨바꼭질을 벌여야 했다.
권씨는 "기수는 우승해도 맞고 못해도 맞아야 했다"면서 "마구간의 마분(馬糞)더미를 뒤집어쓰고 숨어 많이 울었다. 당장 그만두고 싶어도 나가서 입에 풀칠 할 길이 없어 매맞으며 기수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때도 경마장엔 경비원이 있기는 했지만 깡패들의 침입을 막기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경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경마장은 그야말로 무법천지였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