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피(5)
기사입력 1999년 05월 07일 14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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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
원장은 정신없이 달려갔다. 아주 추한 모습으로….
나이 들어 달려본 일이 거의 없는 원장은 앞으로 뛰어야 할 거리를 오늘 전부 뛰는 것 같았다.
다리를 이식받은 사람 두명을 빼고 모두 바로 뒤에서 쫓아오고 있었다.
같은 얼굴을 한 8명이 쫓아오는 광경은 누가 보더라도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에 자신의 모습이 추한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자신은 운이 좋았다. 아니 운이 나빴다고 해야 되는 것일까?
이 상황에서 제자보다 오래 산다는 것이 운이 좋은 것일까?
못난 제자는 발이 엉켜 넘어져, 저들에 의해 완전분해돼 버렸다.
도대체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길래, 간 심장 콩팥 혈액을 받은 사람들이 저렇게 변해버릴 수 있을까?
싸구려 장기라고 쉽게 생각하고 사들인 것이 큰 후회가 되었다.
세계 최초로 다리 이식 수술에 성공한 기쁨도 완전히 잊을 수 밖에 없었다.
저들이 서로 대화하는 것을 단 한마디도 못 들었다.
그런데도 행동이 완전히 일치되는 것은, 저 인간들이 각 객체가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형체라는 것이 타당한 의견이겠지만,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의사인 자기가 더 잘 알고 있었다.
"헉헉헉…."
원장은 계속해서 달려나갔다. 점점 더 비참하고 추한 모습으로 변해가면서….
-8-
'여기가 어디지?'
형택은 계속해서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점점 자신의 의식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 이상 의식이 희미해져 간다면 자신의 존재가 완전히 없어질 것만 같았다.
원장과 그 조수로 보이는 사람을 잡은 이들은 무슨 의식이라도 행하는 듯이 그들의 피를 자신의 몸에다 발랐다.
모두 자신의 상처 주위에…. 그리고 다시 움직여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지하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형택은 자신의 의지가 사라짐을 느끼고 있었다.
지하에 무엇이 있는 것일까?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9-
'삐뽀 삐뽀….'
경찰차들이 병원 주위로 몰려들었다.
극도의 공포감에 빠진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환자들이 뛰쳐나오는 바람에 병원은 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이형사는 병원 안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그리고 젊은 의사 한 명을 붙잡고 신분증을 펼치며 물었다.
"여기 책임자가 누굽니까?"
"원장님은 일단의 무리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그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소?"
"예. 그게… 얼핏보았지만 이상하게 모두들 똑같이 생겨 보였습니다."
"뭐요?"[계속]
글·김도현(아이디 `궁극바보')/하이텔/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