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고졸 곰돌이 최용호 5년만의 성공시대
기사입력 1999년 05월 07일 01시 02분
"우리가 심재학을 피해간다구요?"
두산 최일언투수코치는 경기전 너털웃음을 웃었다.
당초 등판 예정일인 이경필의 기용을 하루 미룬 것이 "혹 연승중인 LG 심재학의 선발 맞카드로 에이스를 내기 부담스러웠던 것이 아니냐"는 엉뚱한 추측이 나돈다는 소리에.
그러나 최코치는 "2승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3연승을 못박기 위해서" 최용호를 냈다.
어차피 이번주 한차례 등판할 날짜만 고르면 되는 이경필은 지난 경기서 투구수가 많아 약간 피로한 상태.
지난달 30일 던진 이후 엿새를 쉰 최용호쪽이 훨씬 믿음직했다. 최용호는 지난 95년 배명고를 졸업하고 입단한 고졸 5년생.
작년까지 4시즌 동안 2승 2세이브만을 기록했다. 프로 5년동안 즐거웠던 순간보다는 참아내고 이겨내야했던 기억이 더 많았다.
시즌전 보직은 미들맨, 박명환이 어깨 부상으로 나앉은 이후 선발 자리를 꿰찼다.
지난 두차례 선발등판서 1승1패, 특히 5⅓이닝 8실점 성적표는 시원찮았다.
팔꿈치 통증 탓에 특유의 빠른볼이 나오지 않았고 밸런스도 좋지 않았다.
지난 3일 선발 예정됐던 경기가 취소된뒤 잠실구장서 최용호의 피칭훈련을 지켜본 최일언투수코치는 상체가 빨리 나가면서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점을 콕콕 찍어 고쳐줬다.
최코치는 특히 종속이 좋은 최용호의 빠른볼을 "박명환보다 좋은 직구"라고 믿는다.
최용호는 6일 LG타선을 8이닝 1안타로 꽁꽁 묶으면서 프로 데뷔후 최고의 피칭을 했다. 팔꿈치 통증을 털어낸뒤 직구 끝이 살았고 변화구 제구력도 잘들었다.
경기후 첫마디 소감은 "두둑히 믿어준 감독과 코치님의 기대에 보답해 가장 기쁘다"였다.
[ 잠실＝이승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