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어린이날 끝내기포 쏜 안경현의 동심사랑
기사입력 1999년 05월 06일 14시 13분
"어린이날에는 어린이한테 잘하세요. 일이 착착 풀린다니까요."
두산 `구영탄' 안경현(30)의 충고에는 진심이 담뿍 담겼다.
드넓은 잠실벌에 시즌 첫 만원관중을 꽉꽉 채워넣고 3시간50분이 넘도록 야구의 온갖 묘미를 보여줬던 5일 잠실 두산－LG전.
두번의 피말리는 동점과 두번의 짜릿한 뒤집기 드라마를 함성과 비명으로 마무리한 9회말 재역전 끝내기홈런의 주인공 안경현은 이날의 마지막 영웅이었다.
축하하는 동료들에게 흠씬 두들겨맞고, 소리지르는 팬들을 향해 신나게 두팔을 흔들어준뒤 안경현은 벙글벙글 웃으며 `어린이날'에 영광을 돌렸다.
경기전 두산은 다양한 어린이날 행사를 마련했다. 선수들은 어린이들과 함께 베이스돌기, 풍선터뜨리기게임을 했다.
사실 게임전에 발을 묶고 뛰는 놀이 등이 꼭 즐거울수 만은 없다.
일년에 하루, 어린이팬들을 위해 톡톡히 봉사한다는 마음이지만 그저 수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선수도 적지않다.
명랑한 성격의 안경현이 팔을 걷고 나섰다. 태권도 시범을 마친 어린이들을 덕아웃앞에 줄지어 세워놓고 일일이 어깨를 두드려줬다.
번호를 부르게 하더니 상으로 골고루 해바라기씨를 나눠주자 아이들은 마냥 까르르댄다.
수십명의 어린이들과 20여분 이상 놀아주는 일은 만만찮은 노동. 그러나 오랜만에 동심과의 한바탕 씨름이 즐거웠던 안경현은 결국 껄껄 웃으며 경기를 마쳤다.
"어버이날에는 어머니, 아버지들 앞에서 실컷 재롱을 피워야겠어요. 오늘 아이들처럼 저를 열심히 응원해주실거예요."
[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