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마라톤대부 용기북돋은 따뜻한 고향
기사입력 1999년 05월 06일 14시 13분
고향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뭉클한 감동을 주는 곳이다.
6일 `한국 마라톤 대부' 정봉수감독의 공적비 건립식이 열린 그의 고향 경북 김천시 증산면 유성리 마을.
가야산 시루봉이 사방을 감싸고 있는 오지에 마을이 들어선 이후 최고의 인파가 모였다.
이고장 출신 정봉수감독은 이들에게 있어 자랑스런 한국인이다.
한국마라톤의 세계제패는 늘 그가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들 면민들에게 정감독은 유명한 정치인을 배출한 것보다 더 자랑스런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에게 아무런 힘을 보태지 못했다고 판단한 면민들이 마침내 힘을 모았다.
허리가 활같이 휜 촌노는 후손들에게 받은 담배값을 기금으로 내놓았고 코흘리게 초등학생은 몇닢의 동전을 보태기도 했다.
20대 금메달리스트의 기념관을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으면서 그 선수를 기른 지도자는 늘 음지에 뭍혔다.
그러나 그에게는 고향과 고향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고향사람들의 환대에 정봉수감독은 끝내 준비한 말을 다하지 못하고 눈물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그뜻을 이심전심으로 다 아는듯 했다.
숙연한 기념비건립식이 끝나고 정감독이 배푼 경로잔치에서 주민들은 "몸도 좋지않은데 이제 시드니에서 한번만 더하고 말어"라며 그를 격려했다.
웃음으로 답을 대신한 정감독의 표정은 이미 시드니 마스터 플랜이 완성된 표정이었다.
이날 주민들이 준비한 잔치는 호화스런 호텔에서 고관대작들이 준비한 그 어떤 행사보다 의미가 깊었고 건강악화로 의욕이 사그러드는 한 지도자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멋들어진 행사였다.
[김천＝김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