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키 오사무] '애니메이션 제작은 원작자와의 대결'
기사입력 1999년 05월 06일 14시 13분
"연출할 때는 먼저 무엇이든 의심해야 합니다. 영구불변의 연출 법칙은 없어요. 유명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르면 안됩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세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데자키 오사무감독(56)이 국내 팬들과 만났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개관을 기념해 방한, 지난 3일 오후 7시부터 최신작 '블랙잭'을 상영한 후 관객들과 대화시간을 가졌다.
긴 곱슬머리에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다니는 그는 이날 검은 모자까지 쓰고 나타났다. 최근 '블랙잭'과 '백경전설'을 만드느라 머리가 빠졌기 때문이다.
데자키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독자 입장에서 원작의 재미없는 부분을 과감하게 바꾸거나 빼는 것. "애니메이션 제작은 '원작자와의 대결'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는 지론에 의해서다.
주로 20대 초반의 관객들에게도 도전과 창조정신을 유난히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와 영화를 좋아했던 그는 잠시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 63년 무시프로덕션에 입사, '일본만화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로부터 만화를 배웠다. 대표작은 '베르사유의 장미' '내일은 조' '디어 브러더' '보물섬' 등. 최근 TV시리즈 '백경전설'을 완성하고 '블랙잭' 8편을 제작 중이다.
"컴퓨터 그래픽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손으로 그리는 게 따뜻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잘못 그린 것도 하나의 표현이에요."
한국 애니메이션은 아직 한 편도 보지 못했다는 그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전시된 박재동화백의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이날 대화의 자리엔 대학생, 교수 등 약 120여명의 관객이 봄비를 뚫고 찾아와 참석,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임정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