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피 (3)

기사입력 1999년 05월 04일 14시 13분



'쿵쿵쿵！'

묵직한 발자욱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피묻은 손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다.

'헉헉헉헉헉… 하아하아… 후… 후….'

거친 호흡 소리가 점점 차분해진다. 고개를 서서히 들어본다.

다시 보이는 거울. 다리… 허리… 배… 가슴… 목… 그리고….

이번에는 얼굴을 봐야 하는데…. 차마 고개가 들어지지 않는다.

"꺄아아아악！"

간호사의 고함소리에 형택은 눈을 떴다.

어리벙벙한 상태에서 간호사의 얼굴을 바라보니 공포가 그녀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듯 했다.

'왜 그러시죠? 제가 뭐 잘못했나요?'

형택은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그의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

"이 썅년아！ 왜 소리치고 지랄이야！"

형택은 놀랐다. 자신의 입에서 이런 쌍소리가 나올 줄이야.

저 간호사는 자신과 정들었고 평소에도 예의 바른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는데….

'죄송합니다.'

형택은 이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에서는 계속 거친 목소리가 기어나왔다.

"그냥 죽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팔이 올라갔다.

반사되는 빛이 날카로움을 보여주는 과도를 쥐어 든 채….

'쫘아악.'

피가 자신의 몸으로 튀었다. 간호사의 하얀 간호복을 서서히 검붉은 색으로 물들이며, 흘러내렸다.

"크하하학！"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괴성이 흘러나왔다.

"좋은 몸이군. 가장 좋은 몸이야. 형택이라고 했나? 고맙군."

'내 몸에서 나가. 넌 누구야！'

"크크큭. 난 니가 받은 피의 주인이다. 내 몸은 갈가리 찢겨 이 병원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지. 이제 나의 분신들과 함께 보복을 할 것이다. 후후훗…, 너의 몸은 이제 나의 것이다."

`안돼！ 난 할 일이 많아. 너 따위에게 몸을 뺏길 수는 없어！'

몸을 장악한 피의 주인과 몸 한쪽에 찌그러져 있는 형택의 영혼은 서로 싸우기 시작했지만, 형택으로서는 몸을 찾기가 힘들었다.

-6-

"수혈받은 환자 조차도 이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명이 살해당했습니다. 어떻게 하지요?"

원장은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듯 싶었다.

"그래? 그럼 경찰에 신고해야겠군. 빨리 서둘러！"

"근데… 그게…, 지금 여기로 쳐들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피신을 먼저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뭐야? 이 병신아！ 그걸 왜 지금 얘기해！"

병원장은 옷을 집어들면서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저도 같이 가요."

사람 좋게 생긴 원장의 제자도 덩달아 뛰쳐나갔다.[계속]

글·김도현(아이디 `궁극바보')/하이텔/악몽따라&무진교(go sg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