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강우석-'심형래 용가리' 파이팅!
기사입력 1999년 05월 04일 14시 13분
지금 일본에 유학중인 이경규는 92년에 `복수혈전'이란 영화를 만든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나 때문에 강감독 영화가 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공교롭게도 이경규 감독의 `복수혈전'과 내가 연출한 `미스터 맘마'가 같은날 개봉됐는데 결과적으로는 내가 이경규에게 피해를 준 셈이 돼 미안한 적이 있다.
물론 그 일로 이경규와 나의 우정에 금이 가지는 않았다.
내가 친한 사람중에는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다.
나역시 끼가 많기 때문에 재미난 사람들과 만나면 죽이 잘맞는다.
심형래와는 예전부터 영화 녹음작업을 하다가 자주 마주치면서 친해지게 됐다.
둘이 만나면 내가 심형래를 웃기는 편이라서 나는 "당신이 코미디 영화를 안하는 이유를 알겠다"고 농담을 하곤 했다.
얼마전 심형래가 연출한 영화 `용가리'의 데모테이프를 보러 간 일이 있다.
장난을 칠 만한 사이이기 때문에 서로 첫말부터 세게 나왔다.
"잘 나갈 때 도와주슈."（심형래）
"내가 잘나가는게 아니라 당신이 이순신 장군 이후 가장 유명한 사람이잖아…."（강우석）
곧이어 나는 평상시 갖고있던 의문점에 대해 직격탄을 던졌다.
"`용가리'를 외국에 많이 팔았다고 나오던데 너무 떠벌리고 다니는 거 아냐?"
사실 이런 물음을 던진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영화를 얼마에 수출했다'는 당사자들의 주장이나 심지어는 매스컴의 보도들이 알고보면 상당한 과장이 있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뻥튀기는 영화인과 관객들 모두에게 혼란만 주었다.
나의 직설화법에 심형래는 얼굴의 장난끼를 걷어내고 대답했다.
자신의 명예를 걸고, 대중과 한 약속에는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너무나도 단호하고 완강하게 "꼭 두고보라"고 했다.
나도 영화활동을 십년 넘게 했지만 한국영화 70년 사상 이렇게 개봉전에 화제가 된 영화를 들어본 적이 없다.
얼마전 나는 택시를 타고가다가 핸드폰으로 비즈니스를 보고 있었는데 통화가 끝나자 운전사 아저씨가 "영화하는 분같은데 `용가리'는 언제 개봉해요?"라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정말 주위를 보면 `용가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심형래는 요즘 상업광고가 아니라 공공광고에서 `신지식인'으로서 대중과 만나고 있다.
심형래가 "저보고 지식인이라구요?"라고 말하다가 "못해서 안하는게 아니라 안하니까 못하는겁니다"라고 역설하는 광고다.
그는 지금 단순히 유명한 게 아니라 공적으로 `보증'을 받은 몸이다.
그만큼 그에게 주어진 책임감은 크다.
나는 이날 만큼은 평소 농담을 주고받던 분위기를 접고, 심형래에게 매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의 꿈이 현실화된다면 나는 당신 편에 서겠소. 당신이 영화인 출신이 아니라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되오. 나는 정말 당신을 안믿었던 사람들까지 당신에게 박수를 치는 날이 오길 바라겠소." [영화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