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386아빠, 686컴퓨터 사주세요'
기사입력 1999년 05월 04일 13시 51분
`686 자녀'를 둔 `386 부모'들이 어린이날을 맞아 고민에 빠져 있다.
요즘 각종 단체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 1위로 컴퓨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 등 PC게임 열풍으로 아이들 세계에서도 컴퓨터가 없으면 대화에 낄 수 없을 정도라는 것.
이달 들어 서울의 테크노마트 전자랜드 국제전자상가 등 대규모 전자상가에는 자녀들과 함께 컴퓨터 쇼핑을 오는 부모들이 부쩍 늘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제전자센터에서 조립PC를 판매하는 김태형씨(29)는 "평소보다 매출이 20% 가량 늘었다"며 "오는 손님들마다 배달 날짜를 어린이날 이전으로 못박고 있어서 일손이 달리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날까지 프로그램을 깔아 택배해주지 않으면 계약 자체를 취소하겠다며 으름짱을 놓는 극성파 부모들도 있다는 것.
그러나 컴퓨터 값이 부담스러워 올 크리스마스 선물로 미루며 아이들을 간신히 달래는 부모들도 의외로 많다.
최소한 셀러론이나 펜티엄 Ⅱ급은 돼야 아이들이 컴퓨터를 사달라는 가장 큰 이유인 `웬만한 게임'이라도 돌아가는 실정.
하지만 이 경우 비용이 130∼200만원 정도 들어간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워낙 졸라대 전자상가를 찾았다는 회사원 김정호씨(40．서울 고덕동)는 "아이들 눈은 686으로 업 그레이드 됐는데, IMF 때문에 286 수준으로 줄어버린 월급으론 부담스럽다"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686아이들의 소원을 해결해줄 수 없는 일부 부모들은 절충안으로 다른 선물을 내세우고 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몇백만원대의 컴퓨터 대신 몇십만원대의 전자게임기를 사주는 부모들도 많다는 것.
[임태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