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성]고려요승 신돈 지렁이 정력제 복용
기사입력 1999년 05월 03일 14시 59분
옛날 광주 북촌에 한 부자가 살고 있었다.
부자에게는 천하절색의 외동딸이 있었다.
그런데 딸이 언제부턴가 날로 수척해지는게 아닌가. 아버지는 넌지시 사연을 알아봤다.
"아해야, 요즘 무슨 걱정 있느냐?"
"……."
"아해야, 말좀 해보거라！"
"누가 자꾸 밤마다 찾아와요. 자줏빛 옷을 걸친 놈이 들어와선, 으흐흑."
그리곤 먼통이 트기 전에 바람처럼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아해야, 오늘은 놈의 옷자락에 실 꿴 바늘을 꽂아놓거라. 눈치채지 못하게."
딸은 과연 그렇게 했다. 날이 밝자 부녀는 실을 따라갔다. 실은 북쪽 담밑 땅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이상히 여겨 담밑을 파보았더니 이게 무엇이냐！ 커다란 지렁이 한마리가 허리에 바늘이 꽂힌채 꿈틀대고 있는 게 아닌가.
야사는 이렇게 왕지렁이의 씨를 받고 태어난 아해가 후백제의 시조 견훤이라고 전한다.
지렁이는 신화나 전설, 야사에서 남근의 상징으로 자주 나타난다. 아마 생김새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특히 우리나라의 개불이란 바닷지렁이는 정말 남자의 성기와 흡사하게 생겼다(더운 날 냉소주와 함께 회안주로 먹으면 기가 막히다).
고려시대의 요승(妖僧) 신돈은 말의 음경 등 정력식품을 닥치는대로 먹었다고 하는데, 그중에는 지렁이도 있었다고 한다.
동의보감은 지렁이를 구인 또는 지룡 (地龍)이라 칭하며 성기능이 쇠약해진 사내들에게 좋다고 쓰고 있다. 음낭 밑에 땀이 차 축축하고 냄새가 나면 지렁이가 최고라는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도 지렁이는 혈전용해제로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다.
여자들이 입술에 매일 바르는 립스틱의 주재료 가운데는 지렁이도 빠지지 않는다.
신화 속에서 남근의 상징으로 나타나는 지렁이가 매일 여인들의 입술 위에서 춤추는 격이다.
서울시 하수처리사업소는 금년 한햇동안 1만2천t의 슬러지(하수찌꺼기)를 지렁이에게 먹여 퇴비(지렁이 배설물) 6천t, 지렁이 60t을 생산, 3억원의 판매수익을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국민들은 이제 길에서 지렁이를 보아도 밟지 말고 피해가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