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곤]'형님 정당선택은 국민의 자유'
기사입력 1999년 05월 03일 14시 59분
가수 조영남은 지난 5월 1일자 자신의 고정컬럼 `조영남의 횡설수설'에서 `정치야망을 가진 김형곤은 듣거라'라는 내용으로 개그맨 김형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스포츠조선은 김형곤이 편지로 보내온 `조영남의 횡설수설에 답한다'는 내용의 반박문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영남이형! 쓰신 글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을 자주합니다.
`이 시대 최고의 딴따라(?)는 가수 조영남이다. 아니 그는 진정한 의미의 종합예술인이다'라구요.
국내 최고의 그 어떤 성악가 보다도 더 월등한 그 가창력, 그 어떤 가수도 흉내 못내는 독특한 `변태같은' 무대 매너, 그리고 돈 안주는 무대에선 절대(?) 노래를 하지 않는 그 절묘한 인기관리. 그 모든 것이 우리 후배들에겐 귀감입니다.
노래면 노래, 그림이면 그림, 글이면 글, 안되는 게 없는 조영남. 전 이 이름 석자를 존경합니다.
그러나 형님! 우리는 가수이건 코미디언이건 식당 주인이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누구나 자기의 의사에 따라 정당을 선택할 수 있고 입당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당적을 가졌다고 반편생 해오던 시사코미디를 그만 두라뇨….
조금 자기들에게 듣기 거북한 조크를 했다고 시사풍자 코미디를 못하게 하다뇨….
이런 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프랑스의 콜리쉬 같은 코미디언은 대통령 선거에까지 출마를 했었지만 코미디언으로서의 활동에는 선거 이후에도 그 어떤 불이익을 받지 않았습니다.
미국만 보더라도 선거때마다 수많은 스타들이 `나는 공화당을 지지하네' `민주당을 지지하네' 떳떳이 밝히지만 그 어떤 제재가 있다는 소릴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당에 속해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일부 정치권의 가시같은 존재라는 이유로 특정 정당에서 특정 연기자의 출연 금지를 요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라도 어떤 특정 이익정당이 이런 식으로 어필을 해온다면 수많은 우리 후배들이 출연 정지를 당할 수 있는 나쁜 전례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 바로 이것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며 본질입니다.
형님! 형님은 정치와 코미디를 두가지 다 할 수 없다고 하셨지만 저는 생각을 달리합니다.
도대체 정치가 과연 무엇이기에 코미디와 정치는 같이 하면 안된다는 겁니까?
최근 벌어진 `고승덕 파동'만 봐도 요즘 정치가 다 코미디 아닙니까?
이렇게 정치인들이 다 코미디를 하면 우리 코미디언들도 정치를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형님! 저는 어떤 경우에도 코미디언 김형곤 임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설령 정치를 해도 그건 더 좋은 풍자 코미디를 하기 위함이요, 제가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도 그건 우리 코미디 발전에 쓰기 위함입니다.
형님의 그 애정어린 충고 결코 흘리지 않고 명심하겠습니다.
형님! 요즘 제가 대학로에서 `여부가 있겠습니다' 공연 중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꼭 오셔서 봐 주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김형곤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