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반달곰도 벌떼 마운드
기사입력 1999년 05월 03일 14시 27분
"두산도 만만치않던데요?"
쌍방울 코치진은 요즘 부쩍 반달곰 마운드를 물고 늘어진다.
돌격대 `벌떼 마운드'가 엿가락 경기시간과 툭툭 끊어지는 경기흐름의 주범으로 눈총을 받을때 마다.
사실이다. 올시즌 두산 경기는 쌍방울 게임 못지않게 어지럽다.
4월의 마지막 9게임과 5월초 2게임서 두산은 평균 6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7명이 나선 적도 두경기나 된다.
투수가 떼로 뛰는 것은 같아도 의미는 뚜렷하게 다르다.
쌍방울의 `벌떼 마운드'는 전략, 두산의 `벌떼 마운드'는 결과다.
쌍방울은 승리를 짜내기위해 카드를 바꿔치지만 두산은 믿었던 카드들이 제대로 던지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줄줄이 투수를 끌어댄다.
자연히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에 더 많은 투수를 쓰는 엉뚱한 소모전이다.
제2의 `벌떼 마운드'가 탄생한 이유는 많다.
박명환과 김영수가 빠진 두산은 급조한 선발진중 3연승중인 이경필만이 제몫을 할뿐 나머지는 번번이 초장에 무너지고 있다.
이광우와 최용호는 `무늬만 선발.'
지난 2일 나흘만에 등판한 이광우에 이어 최용호는 3일 사흘만에 선발로 예정돼 있어 최소한의 등판간격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데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나올때마다 후달린다.
미들맨의 경험부족 역시 인해전술을 부른다.
패전처리와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두산의 불펜 1진은 신인 장성진과 이혜천, 김유봉 등 어린 투수 일색이라 길게 믿기 어렵다.
두산은 투수가 적게 나올수록 계산대로 풀린 경기다.
반달곰 벤치가 `벌떼 마운드2'의 새별명에 진저리를 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승민 기자]
